봄 소리

2014.02.25 10:34:15

유병택

시인·도안시사랑 대표



2월은 봄을 만들고 있다. 시인 박목월은 "2월의 봄은 베개 밑으로 온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의 첫머리에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라고 시작해 마지막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라고 봄이 오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난 지도 1주일이 되었다. 2월의 마지막 주는 3월로 가는 길목이다. 땅속에서 냇가에서 얼음 녹여지는 소리, 흐르는 바람 소리, 버들피리 가지에서 엷은 초록이 돋아나는 소리는 시인의 마음을 떨리게 한다. 하루를 바쁘게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 오지도 않은 봄을 감성과 상상력으로 먼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려는 간절한 마음은 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봄의 소리는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 솜털에서, 노오란 개나리 꽃망울에서 이제 막 깨어난 꽃잎이 열리듯 귓불이 붉어지는 데서 온다.

봄은 버들강아지나 개나리의 문안으로 시작하여 온통 산을 화려하게 수놓는 진달래와 벚꽃들이 살구꽃, 매화꽃을 불러드려 온 천지의 만물들을 들뜨게 한다. 겨울 내내 대지를 먹칠로 지내 오던 어둠에서 환한 색의 잔치로 생동감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봄을 더 좋아 하나보다. 검은색을 벗기고 초록에서 시작해 노랑, 빨강, 하얀색, 연두색으로 이어지는 색의 조화를 사람은 눈으로 보고 밟으며 가슴을 부풀리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고 있는 봄을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즐기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어김없이 이 땅에 봄이 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삶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구속하여 봄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또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아일랜드인들은 '잔디가 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려고 한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한다. 물론 호기심이 많고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긴 하다. 사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축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시간과 여유를 갖는 것은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태니슬라우스 문학가는 그의 저서 케네디의 '하느님의 우물'에서 '초능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청진기 같은 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고요한 가운데 마음의 귀, 영혼의 귀가 열리면 잔디가 자라는 소리, 잔디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자기 안에 태곳적 고요함을 품으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올 청마의 봄은 삶에 찌드는 현대인에게 가장 신비와 기적, 환희와 감격에 벅찬 봄이기를 바라며 서둘러 봄 소리가 들려오는 정원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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