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왜 괴물을 설치했을까

2024.04.30 14:53:23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여의도한강공원의 괴물 조형물이 설치된 지 10년 만에 철거된다. 조형물이라기보다 공공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판단에서다.

자그마치 1억8천여만 원이 투입된 기괴한 조형물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출연한 괴 생명체의 형상을 재현한 것이다. 2006년 개봉된 '괴물'에 깊이 꽂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2년 7월, '한강에 이야기를 입혀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며 한강공원 괴물 조형물 설치를 지시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한강 관광 상품화의 일환으로 최대 관객동원을 했던 영화 괴물 속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하면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박 시장의 아이디어대로 괴물 조형물 한강공원 설치를 진행했다.

***즉흥적 아이디어로 설치된 기괴한 조형물

영화가 개봉되고 8년이 지난 2014년 12월, 서울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위치한 여의도 한강공원에 드디어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울시의 야심찬 기대와는 달리 시장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설치된 조형물은 참신함이 아닌 참혹한 결과물이란 혹평을 받았다.

이런 흉물덩어리에 2억 가까운 세비를 낭비한 박원순 시장에 대한 불만이 볼만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훨씬 앞선 것이다. 높이 3m에 길이 10m, 무게 5t에 이르는 기괴한 대형 조형물의 미적 가치는 아예 거론거리에서 밀려났다.

흉측한 영화 속 캐릭터를 한강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조형물 제작 전 각계에서 우려와 논란이 제기됐으나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은 '시장 지시사항이어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미 8군 용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 군무원 더글라스는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방류한다. 백여 병이 넘는 발암물질의 영향으로 수중에서 돌연변이 된 괴 생명체가 바로 영화에 출현한 괴물이다.

어류인지 양서류인지 구별조차 모호한 이상한 모습의 이 괴물이 독극물 무단방류 후 만 6년이 지나 정체모를 생명체로 나타났으니 영화 속 괴물의 나이는 7세 정도겠다. 성별은 암컷이다. 괴물은 한강의 모든 생명체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몸집을 키우는데, 한강 자살자를 뜯어 먹고 난 다음부터 사람고기에 맛이 든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시장 지시사항이면 무조건 따라야하나

영화를 기획한 봉준호 감독은 고교 시절 잠실대교 교각을 오르는 괴물체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기억에 2000년 발생한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을 접목시켜 한강 괴수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주한미군 한강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인 '맥팔랜드 사건'은 2000년 2월 9일, 미 8군 용산기지 소속 미 군무원이 독성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무단으로 한강에 방류한 사건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영안실 부책임자였던 육군 군무원 앨버트 L. 맥팔랜드는 방부제로 사용한 포름알데히드가 약품 상자에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이를 한강에 버리라고 명령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괴물에서 문제를 일으킨 '더글라스'는 이 사건의 주모자 '맥팔래드'를 그대로 베낀 캐릭터다.

그래서 미군이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하여 한강 괴물이 탄생했다는 영화 스토리의 반미적 성향에 대한 왈가왈부가 따라다닌다. 반미 투쟁의 선봉에 섰던 박원순이 괴물의 스토리텔링에 유난히 애착을 가진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 괴물은 반미보다 소시민을 외면하는 제도권에 대한 불신이 더 강조된 영화다. 권력을 쟁취하면 괴상하게 변질되는 정치인과 영화의 괴물 캐릭터가 씁쓸하게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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