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지난 5월 21일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북한은 "진수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부주의로 인하여 대차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부분의 진수썰매가 먼저 리탈(이탈)되여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였으며 함수부분이 선대에서 리탈"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다고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구축함 진수식에서 일어난 일이니 단순 사고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도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 행위로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도 나왔다. 사고 다음 날인 5월 22일 노동신문을 통해 당 정치국 명의로 6월 하순에 당 중앙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를 소집을 공고하고 그 이전에 구축함을 원상복구시키라고 지시했다.
사고 당일 꾸려진 조사팀은 22일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시 보고에서 조사팀은 구축함의 파손 정도가 심하지 않고 복구 조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북한 매체들은 전문가들이 침수 격실의 해수를 양수하고 함수 부분을 이탈시켜 구축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2~3일, 현측 복구에 10여 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도 구축함의 파손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조사팀은 6월 5일에는 중앙군사위원회에 구축함을 부두에 계류시켰고 완전한 복구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전에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관련자들의 문책도 이어졌다.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청진조선소의 지배인, 기사장,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부지배인은 구속되었다. 이러한 사후 조치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또 거의 매일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구축함 파손은 근본적인 결함이 아니라면 10여 일이 지난 후 원상복구해서 조용하게 재진수식을 하면 될 터인데 군방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번 진수식은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였다. 국가적 차원의 권위도 문제지만 김정은의 권위가 더욱 문제였을 것이다. 김정은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이라고 규정한데 이어 사고 다음 날 열린 당 군사위원회에서도 구축함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해도 이번 사고가 용납될 수 없는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사고의 경중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사고 관련자들에게 정치적 책임까지 더해지면 처벌이 꽤나 무거워질 수 있다.
둘째, 해군력 강화에 차질을 우려했을 수 있다. 202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앞으로 육·해·공이 아니라 해·육·공이라 불러야 한다"며 해군력 강화를 지시한 이후로 이지스함·핵잠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난달 4월 남포조선소에서 5,000t급 최현호 건설이었다. 북한의 첫 5,000t급 구축함이다. 이어서 지난달 5월에 청진조선소에서도 같은 규모의 구축함 진수식이 열렸는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서해와 동해권에 신형다목적 구축함을 각각 배치해 해군력 강화를 과시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셋째, 당 일군들의 기강잡기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사업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무경각, 무책임성과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적 태도가 원인이라는 김정은의 지적처럼 국가사업 전반에 당 일군들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목적이 컸을 것이다. 올해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마지막 해이고 당 제9차 대회를 준비하는 해여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