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이념으로 자리잡을까

2022.09.26 14:52:32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인민대중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각종 연설에서 인민대중, 근로인민대중,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등의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그러다가 2013년 1월 조선노동당 4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곧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천명했다. 이후 북한은 이 용어를 공식화하면서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사상과 연결 짓고 있다. 즉, 주체사상이 이민위천 정신에서 나왔고 김정일의 선군사상 역시 주체사상의 원리를 뿌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선대의 인민대중중시 논리와 연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독자적인 통치이념을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점차 구체적인 담론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2016년 7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당 사업 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할 것을 강조하면서 당 사업의 방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동신문 사설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당의 정치리념, 정치방식이다"(2020년 10월 10일), "모든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유일한 지도적 지침"(2021년 10월 8일), "이것은 우리 당의 혁명사상의 중핵이고 기본활동방식이다."(2021년 10월 10일)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당 규약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임을 명시하기까지 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정치방식에 머물지 않고 김정은 사상으로까지 다가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당 규약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위상이 이미 그에 버금가는 것으로 보인다.

"당과 수령을 위하여"라는 외침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인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김정은의 인민사랑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지도자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부정적 시선을 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인민들을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2020년 당 창건 75돌 기념사에서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읍소까지 했다. 기념사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연설 마무리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북한 지도자가 인민에게 사용하기 쉽지 않은 용어다.

인민들을 정서적으로 위로하는 것만 아니다. 다양한 국가사업은 인민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과 관료들은 인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그들의 당위적 의무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당이나 관료들은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를 하고 인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며 수령님들을 모시 듯 인민들을 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책에서도 인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2016년 함경남북도 수행 발생시 200일 전투의 대표적 사업인 려명거리 건설도 중단하면서 까지 모든 건설역량을 수해를 입은 인민들의 복구를 돕도록 했다. 이때 김정은은 손편지를 써서 평양의 당원들이 지방에 가서 복구에 힘을 보태라고 독려했다. 또 최근 열린 7차 전국법무일군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10년간 제정되거나 수정·보충된 법률에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념이 구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김정은과 당이 하는 모든 사업은 인민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민심의 확보를 통해 체제의 안정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인민생활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인민들이 당에 복종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당이 자신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오히려 체제에 방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당의 주요 사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정책의 효과를 인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또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능력을 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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