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인민반장의 역할 강화할까?

2025.05.18 15:12:14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북한은 지난 3월 제3차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범적인 인민반장들이 모인 이번 회의가 1997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제3차 회의에서는 국가발전에 부응하여 인민반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여야 할 중대하고도 절박한 과업이 나오고 있다면서 인민반 사업을 새시대 요구에 맞게 혁신해야 함을 강조했다. 절박한 과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밝히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당시 회의의 보고자로 나선 김명훈 내각 부총리가 사회주의도덕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 투쟁에서 인민반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이번 회의의 의도가 읽혀진다.

인민반은 20-40가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민반장은 당과 정부의 사업참여 독려와 교양사업, 가정별 위생관리, 가정방문 등의 역할을 한다. 북한은 인민반장의 이러한 역할을 통해 주민을 감시하거나 통제하고 있다.

앞서 열린 2차례의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는 체제가 어려움이 직면할 때였다. 제1차 회의가 열린 1997년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김정일이 당 총비서로 취임한 직후였다.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권력자로서의 위상을 다져갈 무렵이다. 제2차 회의가 열린 2007년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의 대북제재가 진행되어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다가올 것이란 전망이 나올 때였다. 동시에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던 시기였다. 제1, 2차 회의는 경제적 어려움과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말단 기층조직의 책임자인 인민반장을 다독거려 인민들을 결집시키고 체제를 강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열렸다.

그런데 3차 회의는 1, 2차 때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버티어 낼 만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북한의 식량작물생산량이 2023년과 2024년 각각 약 480만 톤으로 예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북한 스스로도 2024년에도 풍년이란 표현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 경제성장률도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열린 제3차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를 개최한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보다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요소 척결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 사회주의에 반하는 요소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비(반)사회주의적 요소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즉, 2020년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다. 이들 법은 비(반)사회주의 요소를 없애겠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2025년 3월의 시·군청년동맹위원장강습회, 2월의 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와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주요 의제도 비(반)사회주의 척결이었다.

비(반)사회주의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하자 인민반장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2023년 12월에 '인민반조직운영법'을 채택하여 인민반장의 위상을 제도화했다. 이 법에는 인민반장은 모든 면에서 앞장서며 인민의 충복, 심부름꾼으로서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또 인민반장을 우대하는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인민반장을 통해 인민반을 체계적으로 통제하면서 비(반)사회주의적 요소를 척결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담긴 법령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인민반장의 위상을 높인 후에 열린 이번 제3차 회의의 비(반)사회주의 척결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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