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고 문화도 함께 바뀌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사람의 행태도 변해야 하고, 기업도 변해야 한다. 이것이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값비싼 모피 코트를 입는 것이 부러움의 상징이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화려한 모피 코트를 두르고 레드 카펫을 걸으면 사람들은 환호하며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지금, 그와같은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모피 코트를 입고 거리에 나가면 이젠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곱지않은 시선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동물복지가 문화가 되고,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피코트를 입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된 것이다. 몇 해 전, 업무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의 황당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루종일 국회 소통관과 의원회관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마주쳤지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보질 못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손엔 하나같이 플라스틱 1회용컵만 들려 있었다. 그날 나는 옆 동료에게 "오늘 국회에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마주치면 오늘 저녁식사를 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안타깝게도 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은 해마다 환경감수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국회도 많이 변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들어 괴물산불, 폭염,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와 탄소중립 실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흐름이 조금만 더 탄력을 받는다면 머지않아 플라스틱 1회용컵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모피 코트를 입는 것처럼 창피함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더 멋있는 세상이다. 또한 각종 토론회나 행사장에 가서 텀블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 플라스틱 1회용컵보다 훨씬 보기가 좋다. 이제는 나만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아는 것이 '새로운 품격'이 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면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안전하고 깨끗한 우리 공동체를 위해 작지만 소중한 몫을 했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탄소중립 실천이 불편함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따뜻한 사랑인 것이다. 최근들어 젊은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소비문화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일명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고 하는 소비 트렌드이다. 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 정체성 등을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표현방식을 말한다. 지금은 단순히 좋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소비의 시대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든지,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만 고집한다. '그냥 좋아서 사기' 보다는 '그런 이유 때문에 사는 것'이다. 시대정신에 반하는 상품은 사지 않거나, 불매운동으로 저항한다. 이제 새로운 소비문화 트렌드가 싹 트고 있다. 멋스러움과 품격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편리함만 추구하면서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행태나 소비는 촌스럽고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오히려 멋지고 품격있는 행동이 된다. 이렇듯 소비자가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면 기업은 변할 수 밖에 없다.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매일매일 공감대를 만들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멋진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품격있는 멋진 삶은 조금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