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자발적 실천

2025.03.11 15:28:09

김연준

글로벌사이버대학교특임교수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때로는 외부의 압력이나 보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행동할 때 그 결과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속에서 탄소중립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과제가 되었지만, 아직 그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탄소중립 실천으로 인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자기결정성(Self-Determination)의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즉,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실천하다 보니 그 한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반대로 탄소중립 실천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깊이 인식하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행동에 옮겨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된 탄소중립 실천은 지속 가능성과 효과성 면에서 훨씬 큰 성과를 가져온다.

탄소중립 실천이 내재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현 기후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 그리고 자발적 실천을 위한 스스로의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연과의 조화로운 교감을 바탕으로 한 환경 감수성의 강화는 내재적 동기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교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스스로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자기결정성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목표를 직접 설정하고, 흥미와 관심을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력과 존중을 중시하며, 이러한 학습 방식은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기후위기 해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이 교육 방식은, 탄소중립 실천을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 실천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을 흥미롭고 보람찬 경험으로 전환한다면, 사람들은 보다 자연스럽게 실천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가 내면에 지닌 긍정의 에너지를 일깨워 탄소중립 실천과 연결할 수 있다면,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타협과 존중이 결여된 정치문화가 개선되고, 기업 운영 방식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시민들의 생활문화 역시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면서, 과도한 경쟁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나아가, 훼손된 자연 생태계가 회복되고, 미세먼지와 기후재난이 줄어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연은 더 이상 착취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소중한 동반자로서,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 자기결정성에 근거한 내재적 동기로 인해 탄소중립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을 넘어 사회변화의 큰 추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 극복을 넘어 더 건강하고 조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치이며, 당면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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