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봄의 상징이라면, 5월의 주인공은 장미이다. 오는 10일 대구 달서구 '장미꽃 필무렵 축제'를 시작으로 '중랑 서울장미축제', '곡성세계장미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삼척 장미축제', '로즈아워 페스타(서울 송파구)', '서울대공원 장미원 축제' 등 이달에만 장미를 주제로 한 일곱 개의 큰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이 가운데 커피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커피에 장미를 담다'라는 기치를 내 건 '중랑 서울장미축제'이다. 부대행사로 '제1회 장미커피대회'가 열리는데, 장미의 느낌을 아무런 첨가물 없이 한 잔의 커피에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바리스타를 뽑는 경연이다. 1위~3위까지 중랑구청장상이 수여되는데, 참가비가 3만 원이다. 여타 바리스타 대회의 20%~30% 선에 그치는 비용이다.
게다가 대회 추진위 측이 지정한 생두도 없다. 참가자들이 평소 마시는 커피 가운데 장미향이 잘 드러나는 커피가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일부 커피대회가 선수등록비(참가비)와는 별도로 대회용 생두를 30만 원~40만 원에 선수들에게 팔아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적잖은 속에서 이런 조치는 반길 일이다.
커피짓기 부문도 이채롭다. 우선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을 추출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브루잉'인 대신 순우리말인 '짓기'를 붙였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가 밴 K-커피 문화를 만들자는 노력이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역시 빛나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겠다. '짓기'란 약을 짓다, 밥을 짓다, 집을 짓다라는 활용처럼 "공을 들여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정성을 기울여 커피를 만드는 용어로 사용하기에 제격이다.
커피짓기는 과테말라에서 생산되는 커피 생두만을 대회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커피짓기대회의 부제가 '과테말라 커피를 해석하라!"이다. 우승자에게는 '과테말라 어워드(Guatemala Award)'가 수여되며, 주한 과테말라 대사가 시상한다. 커피 퀴즈대회는 참가비가 없다. 5월 18일 수림대공원에 설치되는 무대에서 수상자들의 시연과 함께 축제 관람객에게서 현장 접수를 하여 퀴즈를 겨루는 방식이다. 문제는 커피와 관련한 건강, 친환경, 음용법 등 공익적인 부분과 생활 상식을 주로 다룬다.
바야흐로, 전문 선수들이 참여해오던 커피경연대회가 문턱을 낮춰 대중화하고 있다. 대회를 통해 커피 문화의 향상을 꾀한다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장미향을 커피 한 잔에 오롯하게 담기 위해선, 일단 품질이 좋은 커피 생두가 필요하다. 잘 여문 열매만을 가려 수확한 커피 생두이여야만 꽃향를 내뿜을 수 있다.
커피에서 감지되는 꽃향기 또는 장미의 느낌은 주로 알데하이드(헥사날, 노나날)와 케톤(β-다마세논) 성분에서 비롯된다. 이들 휘발성 물질은 세포 구조가 잘 보존된 생두에 더 많이 보존된다. 그러므로 커피에서 꽃향이 펼쳐진다는 것은 손으로 수확한 고지대의 소중한 커피임을 상징한다.
또 꽃향이 경연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제아무리 좋은 생두라고 해도 로스팅과 추출에서 문제가 생기면 소용이 없다는 데 있다. 꽃향을 내는 물질들은 온도에 약하고 용해성이 높아서 장미향을 커피에 담으려면 조건을 잘 잡아야 한다.
적어도 5월에 커피를 마실 때는 장미향으로 커피의 품질을 가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