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충북여성재단 위촉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충북성별영향평가센터 컨설턴트
'나는 남자라서 승진이 어려울 것이다.' 양성평등교육 현장에서 교육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 남성은 얼마나 될까? 승진이 어려운 이유로는 학력, 실적, 인사고과 등이 거론되지만, '남자'라는 성별 자체가 장애물이 된다고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나는 여자라서 승진이 어려울 것이다.'
이 질문에 많은 여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일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남성이 고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직 구성, 남성 중심의 오랜 승진 관행과 인사제도, 그리고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유리천장'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세계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12년 연속 꼴찌였던 순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이 가장 단단한 나라 중 하나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충북 지역은 어떨까?
2024년 성평등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관리자 비율과 초중고 교장·교감 비율은 전국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남성 고용률은 80.1%인 반면 여성은 61.8%에 불과하며, 여성 임금은 남성의 임금의 66.1% 수준에 그쳤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서도 성별 격차는 두드러진다. 제22대 국회의원 중 충북 지역 여성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8명 중 0명). 광역·기초의원 171명 중 여성은 40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충북의 의사결정 영역 성평등 수준은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성평등에 대한 지역 인식도 문제다. 2023년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서 충북 도민의 67.1%는 '가족의 경제적 부양은 남성이 해야 한다.'고 답했고, 58.0%는 '가사는 여성이 주로 맡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충북의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은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로 나타나 하위 수준이다. 여전히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사와 양육 담당자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지역사회 내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충북여성재단 위촉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들이다. 전문강사들은 지역 곳곳에서 성평등 교육을 통해 도민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개선하고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소위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답답함과 부당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교육 후 많은 사람들이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무심코 했던 자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스며들어 있던 성별고정관념을 인식하게 되고 편견이나 차별이 담긴 말과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점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양성평등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다. 같은 세상에 살지만, 성별에 따라 다른 규범이 적용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그 차이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돕는다.
충북여성재단은 그런 변화를 준비하는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나를 위해, 그리고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양성평등교육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