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랜드마크 조성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최대, 최장, 최고 등 타이틀 경쟁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과시용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주시 역시 새로운 랜드마크 만들기에 나섰다. 도심 속의 흉물로 전락한 청주명암관망탑이 리모델링 대상이다.
청주시는 그동안 이 건물 활용을 놓고 고심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소유권을 넘겨받고 충북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고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이 건물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지하층 면적이 넓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다. 지하 1~2층은 5천㎡ 규모로 넓다. 그런데 지상 층부터 13층까지는 기하학적인 구조다. 활용이 힘들 정도로 좁다. 계단이라 해도 한 사람이 겨우 오갈 수 있는 나선형 구조로 돼 있다. 충북연구원은 최근 최종보고서를 완성했다. 독특한 건물의 구조를 활용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2∼13층은 청주비엔날레 등과 연계할 수 있는 기획전시실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호수공연장과 수상레저 체험시설 조성 등 명암저수지 일원 활성화 제안도 했다. 청주시는 광장이 있는 1층의 경우 휴게공간, 친환경 방음벽의 하늘정원 등으로 조성한다. 2층은 과학문화전시실과 가상현실(VR) 직업체험실 등 놀이형 과학문화체험관으로 바꾼다. K문화·웹툰과 곤충생태 등 관련 특화뮤지엄, 로컬 맥주 체험관과 외식창업 등 청년 식음료(F&B) 창업공간도 만든다. 명암저수지 북측 유휴공간은 주차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잘 만든 랜드마크는 지역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예산만 낭비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적잖다. 명암관망탑 역시 다르지 않다. 이 건물은 22년 전 처음 들어설 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업이 한창일 때는 주차장이 부족해 주변 도로에 난리가 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인기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에 청주시의 랜드마크로 등장해 전국에 알려지기도 했다.·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도심 속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2003년 명암저수지 바로 옆에 지어졌다. 높이 62.1m, 연면적 7천625㎡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다. 민간사업자가 시유지에 건물을 지은 뒤 20년 동안 사용하고 기부 채납하는 조건이었다. 예식장, 전망대, 식당, 카페, 전시실 등을 갖췄다. 민간사업자는 이곳에 수차례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2016년 이후 영업난이 가중돼 방치됐다. 랜드마크로 만들어져 방치되고 있는 시설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괴산군의 초대형 가마솥이 대표적이다. 괴산군은 2005년 군민 성금 등 5억1천500만 원을 모아 만들었다. 둘레 17.85m, 지름 5.68m, 무게 43.5t에 달한다.
청주시는 2026년까지 명암관망탑의 리모델링 사업 완료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랜드마크의 기본은 화제성이 아닌 지속성이다. 무조건 크고, 길고, 높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명암관망탑도 다르지 않다. 성공한 랜드마크는 하나같이 그 지역의 문화나 정체성과 이어진다. 청주시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시 브랜드 위원회 등 전문적인 심의기관 구성은 필수다. 그래야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할 수 있다. 명암관망탑은 한 번 실패한 건물이다. 리모델링 계획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와 준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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