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수능 교육현장 혼란 막아야

2023.06.20 20:04:24

[충북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과정 바깥 범위의 문제출제를 배제해야 한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방침을 밝힌 이른바 '공정 수능' 언급으로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더욱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나와 교육계는 더욱 혼란스런 모습이다. 그만큼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용은 언제나 휘발성이 강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입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입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어쨌거나 윤 대통령의 발언 후 사회적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일부 '일타강사'들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네티즌들로부터 "밥줄 끊길까 두렵냐"는 등의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다소 사그러드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발빠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대통령의 '공정 수능' 지시는 '쉬운 수능'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밝히면서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체계를 살피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과 가진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은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다"며 "교육부가 이를 해결 못해 방치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수능'이 교육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대형학원의 과장광고 등 학원의 큰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해 학부모가 안심하게 하겠다"며 상황정리에 나섰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기대반 우려반하는 모습이다. 발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갑자기 출제 기조가 바뀌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수업 내용에 근거해서 문제를 출제하고 그 안에서 변별력을 갖도록 평가하는 것이 맞다는 학교현장의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타이밍적으로 조금 급하게 나와 학교현장에서 우려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고, '대입전형 4년 예고제'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입전형 4년 예고제는 수시로 바뀌는 대입전형을 학생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 입시 전형을 사전에 예고하는 제도로, 대입제도에 관한 학생과 학부모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부장관이 대입 정책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해당 입학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까지 공표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 교육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교육당국과 교사, 학교가 모두 함께 가야 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충북교육발전소는 강한 비판을 가했다. 난데없는 수능 관련 발언으로 수험생과 교육현장에 혼란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수능의 변별력을 강조했고 그것이 지난 몇 년간 '킬러문항'이란 것을 통해 증명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사교육비의 원인이 바로 변별력 있는 수능문항이었다"면서 "높은 변별력을 유지하되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는 대책은 현재의 대학입시체제에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정 수능' 언급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대도 크지만 아쉬움도 크다. 일단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논란이 돼 왔던 민감한 부분에 대해 '메스'를 가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다. 적어도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며 누군가는 해야하는 작업이다. 다만 시점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안된다. 교육은 워낙 민감한 주제라 어느정도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입전형 4년 예고제'라는 것을 두지 않았던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나하나 추진해 가면 될 것을 몰아치듯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자칫 추진과정에서 설익은 정책이 나올 수 도 있고 그로인한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려스런 부분에 대한 국민과 교육계의 지적에 대해 교육당국은 겸허히 귀담아 듣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가면서 정책을 수립하라.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