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공직내부의 갑질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단 갑질은 공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직군에 비해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처하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주목을 받고 있는 공직사회가 아직도 '갑질'이라는 전근대적인 문화에 발목잡혀 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깝고 개탄스런 일이다. 잊을만 하면 스멀스멀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공직사회 갑질 논란이 얼마전 충북의 한 자치단체에서 또다시 불거져나왔다. 아직 정확한 실체적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점심식사 '부서장 모시기'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 직장인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왔다. 내용인즉 "과장, 국장급들이 정액 급식비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월 200만 원 받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식사비 전액을 대고 있다. 적은 월급으로 자신의 먹는 돈까지 아끼는 마당에 저보다 몇 배 더 많이 버는 상관의 밥까지 대접해야 하는가"라고 게시자는 일갈했다. 이어 이 게시자는 "해당 상관이 요구하는 점심 식사 장소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로 이뤄진다. 가격이 그리 싸지 않은 식당이지만 상관의 강요로 자주 들리곤 한다"고 폭로했다.
상관을 예우한다는 것은 조직사회의 기본 문화다.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다독이는 그런 문화는 상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예우도 상식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그것은 일반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간혹 어쩌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상관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게시자의 주장처럼 정도를 벗어난 일탈에 가까운 '상관모시기'는 공직사회를 좀 먹는 행위다. 그렇게 자식뻘이나 동생뻘 되는 후배 공직자로부터 돌려가면서 점심대접을 받으면 마음이 편한지 의문이다. 문제는 이런 구시대적 잔재라 할 수 있는 '윤번제 점심모시기' 행위에 대해 공직 내부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인식을 하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또는 점심한끼 정도야 하는 인식이 아직도 공직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면서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직내부의 갑질문화가 공직사회의 대외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20여년간 공무원은 촉망받는 직종이었다. 심지어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인문계열 대학생들은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 전공과 계열에 상관없이 공무원에 도전할 정도로 공무원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급감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구조와 각종 민원업무 폭증으로 공직의 가장 큰 메리트라 할 수 있는 워라벨 추구가 어려워지면서 공직을 지원하는 인재가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먼저 입직한 공무원들도 기회만 있으면 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입직 5년내 퇴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렇게 공직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공직에 발을 들여 놓으면 퇴직할때까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근무한다는 공직사회의 불문율이 이젠 옛 말이 되고 있다. 이런 공직사회의 악순환 구조를 만든 주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갑질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퇴행적 갑질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공직자들의 인식전환이 우선이다. 아직도 '라떼'를 들먹이며 은근히 대접받길 원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하위직 공무원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부당하다고 하면 과감하게 이의제기를 할 용기를 내야 하고, 혼자가 힘들면 주변 동료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하는 것이 옳다. 처음이 어렵지 하나하나 바꿔가면 언제가는 고쳐지게 마련이다. 공직내부의 자정기능도 더 강화돼야 한다. 주기적인 교육과 함께 문제가 t생기면 분명한 조치가 이뤄져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 미온적이고 온정적인 조치는 계속되는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더이상 공직사회 내부에서 '갑질'이라는 두글자는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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