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민심' 못 읽는 윤 정부

2022.07.12 16:33:10

[충북일보] 2013년 2월 취임한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반 시련을 겪었다. 인사문제로 민심을 제대로 얻지 못했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취임 7개월 만인 2013년 7월 경남 소재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후 대한민국은 혼돈의 정치가 시작됐다.

'저도의 추억' 그리고 김기춘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한 저도는 대통령들의 여름 휴양지다.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2008년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는 등 오랜 기간 대통령과 군의 휴양지로 쓰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 휴가에서 향후 정국운용을 위한 '신의 한수'를 모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택지는 '강공'과 '협치' 두 가지 뿐이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강공'을 선택했다. 허태열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허태열과 김기춘은 성격부터 다른 인물이었다.

허태열은 관선 충북지사 등을 거쳐 국회의원(3선),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김기춘도 경남 거제시를 기반으로 3선을 역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성격자체가 달랐다. 허태열은 양지(陽地)에서 주변과의 소통이 활발했던 사람이었지만, 김기춘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지낸 소위 음지(陰地) 형 인물이다.

정보기관과 검찰 등 남을 벌해야 하는 직업은 '콩 심은데 콩이 나야 한다'. 법과 원칙을 국민정서보다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렇다.

어쨌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김기춘 발탁은 완벽한 실패로 귀결됐다.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5년 단임제 대통령이 함부로 꺼낼 어젠다가 아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요란스럽지 않게 진행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도 한 때 개혁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이 부분을 재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급했고, 대통령이 모든 것을 '만기친람'을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친중' 등 외교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지만, 내치(內治)는 엉망이었다.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김기춘의 책임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년차 지지율(한국갤럽 자료)을 보면 문재인 84%, 김영삼·김대중 각 71%, 노무현 60%, 노태우 57%, 이명박 52%, 박근혜 44% 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여권에서는 많은 분석과 해석,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몇몇 기자들에게 정국 돌파를 위한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해 요직에 포진된 검찰 출신들이 총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국정지지도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인사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패한 인사 인사로 극복

국회와 행정은 물론, 여야와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어야 국회와 일반 행정 경험이 전무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다.

늘공(늘 공무원)과 전직 검찰 출신이 주도하는 대통령실은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에는 절대로 나서지 않는 'DNA'가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윤 대통령이 주군(主君)이지만, 늘공들은 다음 정부에서도 고위직에 올라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화(禍)가 윤 대통령에게 몰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비슷한 흐름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비서실장과 어공이 방패막이가 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상당부분 화(禍)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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