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가 도민들과 소통을 재개했다. 지난 11일 진천군에서 다시 시작했다. 오는 25일엔 옥천군을 방문한다. 충북의 도백(道伯)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반갑지만 걱정도 크다.
*** 허언이 주는 실망감 알아야
김 지사는 취임 이후 3년 동안 많은 구설에 휘말렸다. 독특한 언사와 화법으로 화를 자초하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다목적 돔구장 건립 검토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김 지사는 최근 박노준 우석대학교 총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다목적 돔구장 건립과 프로야구단 유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구, 축구 등 경기장 역할과 함께 콘서트·전시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예산지원도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대규모 돔구장 건립 구상이다.
말대로라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실현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게 문제다. 충북도의 예산 사정을 생각하면 의구심이 든다. 그저 또 듣기 좋은 허언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심지어 김 지사는 충북도의 투자계획조차 밝히지 않았다. 기초 조사나 기본 계획도 언급하지 않았다.
복합 돔구장 건립은 일반 구장 건설과 질적으로 다르다. 기본 계획 수립에만 최소 몇 개월이 걸린다. 길어지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건립공사도 5~6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의향만 밝혔다. 이유가 궁금하다. 동네방네 소문을 낸 저의가 의심스럽다. 또 허언 같아 불안하다.
김 지사는 충북의 도백(道伯)이다. 지사의 말이 갖는 무게를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화법은 경솔하다. 역풍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김 지사의 수많은 언사는 역풍을 불렀다. 김 지사는 충북도의 최고책임자다. 충북도를 대표하고 행정사무를 총괄·지휘한다. 말 한 마디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지사는 202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해방 뒤 민·관선을 포함해 36번째 충북지사다. 임기 4년 후반부를 달리고 있다. 언사안정이 필요하다. 당산에 생각의 벙커까지 만든 김 지사다. 이즈음 김 지사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바로 생각이다. 말은 생각을 반영한다. 정말 진지해야 한다. 포장만 그럴듯해선 안 된다.
대화든, 연설이든, 강연이든, 발표든 관점을 바꿔야 한다. 언어적 주체부터 달리해야 한다. 본인에서 도민으로 주체를 옮겨야 한다. 제기하는 쪽에서 수용하는 쪽의 입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전에는 보이지 않던 걸 볼 수 있다. 허언이 주는 실망감이 뭔지도 알 수 있다.
*** 도민의 느낌을 디자인해야
기죽어 실망할 건 없다. 지혜는 언제나 깊은 상처 위에서 생긴다. 김 지사가 기존의 사유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색다른 개념의 말을 창조할 수 있다. 건물의 구조를 바꿔야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을 수 있다. 같은 이치다. 실천적 지혜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얻어진다.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파란만장의 합작품이다.
김 지사는 이제 도민들의 느낌을 디자인해야 한다. 도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을 시원하게 하는 말을 해야 한다. 도민의 느낌과 관심을 무시한 발언엔 감동이 없다. 자칫 설화가 되기 십상이다. 얼마 전 밝힌 돔구장 건설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의 자리에 도민을 놓으면 관점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