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 폭등, 남의 일이 아니다

2025.05.29 14:55:40

신한서

전 청산면장

최근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쌀을 사는 생경한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쌀이 워낙 비싸다 보니 한국에 온 김에 쌀을 사 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쌀은 10㎏에 8만 원인데 한국 쌀은 3만 원 정도다.

이와 같이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일본과 쌀 생산 과잉으로 머리가 아픈 우리와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한국과 일본은 쌀 산업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일본의 사례를 세밀히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 쌀값 폭등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기상이변으로 생산량 감소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가격상승, 엔화 가치 하락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쌀 소비가 증가한 것이 큰 원인이다. 가격 인상을 노린 투기꾼들의 매점매석도 한몫 거들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1년 만에 2배 이상 폭등하였다.

반면, 한국의 실정은 어떤가? 우선 쌀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2024년 통계청에 의하면 연 간 1인당 소비량이 55.8㎏으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1일 평균 153g으로 한 공기 반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출하는 매년 쌀 보관료만도 약 885억 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매년 의무 수입량이 41만 톤으로 쌀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다. 35년 전 쌀 소비량을 기준으로 정한 의무 수입량(MMA)을 조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농민은 쌀값이 떨어져서 소득이 감소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보관료 등 양곡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도 쌀 수급 안정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나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논에 벼 외에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하여 전체 면적의 11.5%에 해당하는 8만㏊를 감축할 계획이다. 공공 비축미 우선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나 현장에서 당초 목적대로 시행될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쌀 생산 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쌀 생산 면적을 줄이더라도 생산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료용 쌀을 확대 재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료용 쌀은 기존의 벼와 재배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환 부담이 적고 국내 타 작물과도 경합하지 않는다. 사료작물의 수입 대체효과도 큰 장점이 있다.

정부입장은 어떤가?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 발생과 우려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서라도 감축은 꼭 필요하다. 일본 현재 상황은 재배면적 감축의 문제가 아니고 수급 관리의 문제라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일본의 답습은 아닌지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도 쌀 소비 감소를 명분으로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있다, 어쩌면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일본에서는 '입도선매(立稻先買)" 현상이 일어나고 쌀 도둑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도시락 업체, 식당에서 모내기 전, 못자리판에 모가 고개를 든 것만 보고 우선 매입하고 있다. 쌀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하여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동안 일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념품은 김, 라면, 커피 등이었다. 최근에는 한국 쌀 쇼핑이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쌀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오늘도 들판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모내기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가볍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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