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안전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개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실제로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지탱하고 함께 자라나는 가치다.
사회가 평등할수록 구성원들은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고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회는 자연스럽게 평등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평등과 안전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완성되는 것이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남성과 여성이 단순히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누구나 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누구나 성별과 무관하게 안전할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그 안전을 지켜나갈 책임도 공동으로 가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거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이유가 성별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소방, 경찰, 군대 등과 같은 분야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의 참여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여성 소방관, 구조대원, 지휘관들이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반대로 남성들 역시 가정에서 육아와 돌봄을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이는 단지 역할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동등하게 기회와 책임을 나누는 변화의 흐름이다.
양성평등은 결국 기회의 평등으로 그리고 존중의 평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선택이 성별이라는 이유로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곳이 직장이든, 거리이든, 혹은 가정이든, 모든 사람에게 안전은 기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임금 차별이나 승진의 벽에 가로막히고 남성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고정관념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불균형과 불안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말하는 '안전'은 단지 사고를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의 안정감과 사회 전반의 신뢰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양성평등은 이러한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이며 서로의 차이를 차별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될 때 비로소 평등과 안전이 함께 실현될 수 있다.
이제는 익숙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서로를 의심하고 판단하는 사회가 아니라, 존중하고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양성평등이다. 말투 하나, 인사 하나,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여성도 위험한 현장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능력에 따라 평가받고, 선택에 따라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평등 사회다.
결국 함께 지켜가는 안전은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며 함께 만들어 가는 평등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쉽게 흔들린다.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제도뿐만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그 시선이 바뀌는 순간 평등과 안전은 더 이상 특별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