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불편한 성평등교육 편한 사회 만드는 첫 발

2025.05.14 17:34:22

한애경 충북여성재단 위촉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충청북도경찰청 성평등담당관.

ⓒ충북여성재단
[충북일보] "오늘 교육은 몇 시까지 하실 거예요?"

강의실에서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다.

법정의무교육에 참석한 교육생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이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다.

그러나 강의에 대한 부담은 교육생뿐 아니라 강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양성평등교육이나 폭력예방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다. 개개인의 사고나 인식을 점검하고, 조직의 건강성을 위해 함께 지켜야 할 행동규범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마냥 편할 수 없는 교육이다.

교육을 받는 내내 죄책감을 느꼈다는 어느 남성 교육생의 회고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교육이 그에게 죄책감을 주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의 근거가 되는 양성평등기본법과 여성폭력방지법은 모두 성별화된 범죄를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교육은 "폭력에 동참하지 말라", "방관자가 되지 말라", "당신의 인식을 점검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반복해 전한다. 교육생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요구다.

미국 성격심리학자 올포트(Allport)는 규범화된 관습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이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문화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사회구조에 이르게 하고, 혐오문화를 조장하며, 이는 결국 권력과 순환 고리를 갖게 되면서 폭력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얘기다.

우리는 범죄를 예방하고,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성인지감수성을 스스로 점검하고, 배움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폭력 행위자들의 항변이 지탄받는 이유는 자신의 사고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배우려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포트의 주장대로라면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폭력을 재생산해 온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그 자체로 당위성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효과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자 도구다.

부담을 주는 교육을 하면서, 부담 갖지 말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교육생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불편함과 부담을 느꼈다면 그만큼 교육에 성실히 임했다는 증거로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이 변화의 시작이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알려주고 싶다.

바라건대 교육생들이 이 교육을 단순히 의무시간을 채우는 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 부담스러운 시간이 결국 자신과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 나아가 우리 사회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소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지역의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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