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무려 18년 만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고 노후소득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의미 있는 진전이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민감한 사안이라 18년 동안 국민 눈치만 보다 추진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야 간 합의 도출은 의미 있다.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의 모수 개혁에 합의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와 군 복무 및 출산 크레딧 확대 등에도 합의했다. 이번 연금 개혁안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일단 기금 고갈 시점을 당초 예상인 2056년보다 8~9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여야는 당초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더 받는' 방향으로 역행했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적게 내고 많이 받아온 50대 이상 세대의 기득권이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지난 21대 국회부터 지루한 줄다리기를 펼쳐 온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 하다. 특히 탄핵심판과 관련해 긴장 정국에서 여야가 합의해 앞으로 합의 정치 가능성도 열어줬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후속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연금 개혁의 기본 방향은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연금 개혁의 본래 목표인 기금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 받는 걸 동결하고 더 내는 방식에 집중해야 기금을 늘릴 수 있다. 그래야 적자를 줄이고 기금 고갈 시기도 늦출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국민연금 기금 적자가 1년에 32조 원씩 쌓이고 있다. 우리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 장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연금 기금 고갈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연금 가입자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 삭감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3%로 높인 보험료율도 더 상향하는 추가 개혁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보험료율 18.3%, 소득대체율 32.4%로 모수 개혁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연금 보험료율 평균은 18.2%다.
이번 모수 개혁은 절반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야는 우선과제를 정하고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더 높이거나 의무가입 연령을 높여 납부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국민연금 납부가 어려운 취약층에 대한 지원은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법적 정년과 연금수령 개시 연령 간 격차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정년 연장을 비롯한 계속 고용,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국민연금 개혁과 직결되는 문제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령은 64∼65세부터다. 기초연금은 65세부터다. 시기를 일치시켜야 소득 절벽이 해소된다. 물론 정치적으로 휘발성 강한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여야가 민생 현안에 협치 해야 한다. 더 적극적인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줘야 한다. 그래야 추락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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