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자격사의 직역 다툼

배 불리기가 아닌 국민께 사랑받기 경쟁해야

2023.06.01 17:58:14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국어사전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로 정의한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를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과 이론을 이용하여 해당 분야에 관한 연구·개발, 자문, 지도(교수)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자격사는 국가가 법률적으로 자격을 인정해 주고, 이들만이 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특허'와도 같다. 전문자격사의 업무가 그만큼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고도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인문계 분야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노무사, 관세사, 법무사, 세무사가 있고, 자연계 분야에서는 기술사, 변리사, 약사, 의사, 한의사가 있다.

전문자격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독점적인 지위가 보장되고, 전문자격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상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하게 된다면 처벌받는다.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의무도 부여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독점적 지위가 있는 만큼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고도의 윤리의식을 요구받고 있다.

시장경쟁을 기반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4차 산업 혁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전문자격사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자격사 수의 증가로 전문자격사 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늘어나고 있고, 전문자격사 간의 업무 영역 분쟁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분쟁이 커지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기존 의료법에 담긴 간호사에 관한 규정을 분리하여 새로운 법으로 제정하는 법률안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역은 분명 다르겠지만 의료계 내부 직역 간의 충돌을 심화시키고 있다.

의료 업무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지만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전문자격사 간의 업무 영역에 관한 분쟁은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5월 25일 언론 기사를 보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기로 했고,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이 역시도 전문자격사 간의 업역 다툼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감정평가 분야도 마찬가지 일을 겪어왔고, 현재도 겪고 있다. 과거 감정평가사와 회계사의 업무 영역 다툼이 있었고, 현재는 변리사법 개정안으로 인해 감정평가사와 변리사의 직역 분쟁이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전문자격사의 업무는 법률로 정해지고, 막대한 권한을 준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전문자격사 수의 증가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새로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문자격사 제도의 도입 취지는 분명하다. 고도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국가의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법률로써 보장하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자격제도 간의 다툼! 국민 생활 편익을 증진하는 노력이 경쟁과 다툼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타 자격의 직역을 침범하여 내 배를 불리려 하기 보다는 국민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어 국민으로부터 더 사랑받는 자격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경쟁력을 가지고 각 분야의 전문자격사가 함께 협업하고 상생하는 것을 국민은 바라고 있지 않을까? 갈등보다는 상생이 국민으로부터 전문자격사가 신뢰받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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