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배부른' 국민의힘

2022.06.14 16:18:09

[충북일보] 불과 5년 전 국민의힘 선출직들은 몹시 무기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년 내내 시련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거침이 없었다. 민주당은 이 때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였다. 김대중·노무현 시절과 비교해도 그렇다.

권력 독점의 폐해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당시 야당의 처지는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문재인과 김정은, 그리고 미국의 트럼프가 내놓은 남북 평화의 대장정은 국민들에게 마치 피겨 스케이팅에서 볼 수 있는 '트리플 악셀' 같은 현란함을 보여줬다.

한 때 남과 북이 곧 통일이 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아마도 이 때부터 민주당의 몇몇 거물급 정치인들이 '20년 집권'을 꿈꾸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마다 남북관계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이슈였다. 군사정권 시절은 물론이고, 보수정권 시절 간혹 제기된 '북풍'은 국내·외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남과 북의 문제는 이미 당사자들의 이해가 맞으면 해결될 수도 있다는 착각이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셈이다.

문 정부는 야당의 충고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협치(協治)는 고사하고, 툭하면 '팬덤 정치'로 자신들을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자신들이 발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반기를 들자마자 문 정부는 더욱 처절하게 반성했어야 했다.

합리화가 아닌 스스로의 무능을 자책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권력이 영원한 줄 착각했다.

정치 초보 윤석열의 등장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오판한 흔적도 엿보인다. 오만한 정치에 치를 떨던 수많은 대중들은 윤석열을 앞세워 정권교체를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6월 선거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국민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배부른 정치'를 외면한다. 조선시대 수차례 발생한 환국(換局)처럼 유권자인 국민들은 대한민국 정치의 주도권을 180도로 바꿔놓았다.

덕분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지방권력을 장악했다. 절대적 열세였던 교육감 권력도 균형을 맞췄다. 야당에 남은 것은 이제 여의도 권력뿐이다.

야당은 여의도 권력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 2024년 4월에 여의도 권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이준석 대표와 국회부의장 간 갈등이 그랬다. 소위 '윤핵관' 중심의 권력지도도 보기 흉하다.

나아가 민주당이 12년가량 독점했던 중원의 자치단체 권력에서도 벌써부터 이상징후가 엿보인다. 자당 소속 선출직끼리 서로를 견제한다. 자당 소속 국회의원끼리도 화합하지 못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한 달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 부정평가의 가장 큰 요인은 검찰 출신과 '서오남' 중용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안철수(성남분당갑) 의원은 최근 "다양한 10명이 천재 10명을 이긴다"고 말하면서 윤 정부의 인사문제를 에둘러 아쉬워했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충북도와 도의회에서도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공천과정에서 빚어진 불협화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 상황에서 여야 간 협치는 꿈조차 꾸기 힘든 문제다. 지역의 원로들이라도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하지만, 이 마저 마땅치 않은 모습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2년 뒤 총선은 뻔할 정도로 쉽게 예측된다.

유권자들은 '배부른' 권력은 반드시 심판한다. 지금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부른 민주당'에서 '배부른 국민의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는 또 다시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기성정치의 한계를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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