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의 유족(왼쪽)과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이 28일 충북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신민수기자
[충북일보] 청주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두 여중생 가운데 한 학생 유족 측이 2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인 자신의 의붓딸에 대해 유기치사와 자살방조를 한 여러 정황이 나왔다고도 주장했다.
피해자인 A양의 유족과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은 이날 충북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해자와 피해아동을 분리하려면 피해아동 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피해아동 등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아동 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현실적으로 보호자인 가해자의 의도가 다른 아동에게 투영될 수밖에 없고,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피해아동이 합리적 의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이 법에서는 '아동학대행위자'가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 및 그 공범을 뜻한다"며 "이에 무죄 추정 원칙과 '범한 사람'이라는 문언의 의미가 실무에서 행위를 한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 범죄가 확정된 자 또는 범죄의 상당한 소명이 있는 자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 및 그 공범'을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것으로 신고된 자 및 그 공범으로 의심되는 자'로 해야 한다. 구체적 조문에서 그 행위자라는 개념의 타당성을 찾을 수 있으므로 관련 조항을 삭제해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양과 함께 숨진 B양은 의붓아버지인 C씨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정황이 나왔음에도 본인이 C씨와의 분리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수차례 반려되면서 두 사람은 분리되지 못했다.
유족 측은 B양이 친구 3명과 나눈 SNS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C씨에게 유기치사와 자살방조 혐의가 있을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인 B양이 지난 2월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나, C씨가 "스스로 이겨내라"며 치료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기자회견 직후 관련 증거를 추가로 청주지검에 제출했다.
A양은 친구인 B양과 함께 지난 5월 12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양은 C씨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며 3개월여 전인 2월 1일 경찰에 알린 상태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양도 계부로부터 성폭행과 학대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숨진 뒤 구속 기소된 C씨는 앞선 2차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C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5일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