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유성기업 노조 259일간의 농성

이정훈 영동지회장 건강 악화로 농성 풀어
노사 갈등 여전히 '평행선'

2014.06.29 15:33:09

속보=유성기업 노조의 고공농성이 259일 만인 28일 별다른 실익 없이 끝났다.

<27일 13면>

지난 3월 전국서 출발한 154대의 '희망버스'가 농성장을 찾아 이 회사 노사 문제를 외부에 알린 게 성과라면 성과다.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공장을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2011년 5월 노조가 주간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해 분규가 시작됐다.

그러나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노사는 여러 차례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으며 급기야 노조원이 집단해고 되고 노조에 12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되면서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이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노조가 꺼내든 카드가 '고공농성'이었다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농성장도 회사 소재지가 아닌 충북 옥천의 경부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광고용 철탑을 택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13일 지상 22m 높이의 철탑 상층부에 나무합판 등으로 농성장을 만든 뒤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이곳에서 8개월 넘게 식사와 용변을 해결하면서 농성했다.

노조활동을 방해한 경영진을 구속하고, 특검을 통해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라는 요구였다.

민주노총, 민중의 힘 등 전국의 30여개 시민단체 회원 등이 지난 3월 15일 이곳에 '희망버스'를 보내 농성을 지지했다.

그 뒤 '2차 희망버스'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유야무야됐다.

결국 농성은 장기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기약 없는 투쟁 속에 조합원들의 피로감은 커져잤으며 무엇보다도 철탑 위에서 생활해온 이 지회장의 건강상태가 문제였다.

평소 앓던 허리 디스크가 악화됐고, 고혈압과 탈수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그에게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유재산·물품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외부의 압박도 커졌다.

결국 노조는 8개월 보름 만에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고공농성을 접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지회장은 끝까지 농성하겠다고 버텼지만,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철탑 위에 그를 더이상 올려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철탑 위에서 지상으로 투쟁방식이 바뀌었을 뿐, 강도 높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성을 푼 이 지회장은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치료가 끝나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

259일 동안 이어진 고공농성은 결국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노사 양측에 골 깊은 상처만 남기고 마쳤다.

옥천 / 손근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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