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영의 세계여행 도전기 - 포르투갈 Ⅱ

2013.04.14 16:29:49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가는 길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개선문. 이곳은 원래 '마누엘 1세'의 '리베이라궁전'이 있었으나 1755년 대지진으로 파괴되고 새로운 도시계획에 의해 리스본 최대의 광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 개선문이 서 있다. 들어서면 넓다란 바다가 용궁처럼 펼쳐져 있어 곧 용왕님이 나올 듯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왕을 지키는 파도는 신하가 되어 으르렁대며 기상을 떨치고 있다. 용궁 안에 푸른 정원이 물살에 떠밀려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상상의 나라에 온 듯 환상은 계속되었다.

# 남유럽에서 만난 한국의 숨결

벨렘탑 안의 세계지도에서 찾은 대한민국 부분도. 누군가 '독도(DukDo)'를 표시해뒀다.

리스본을 감싸 흐르는 테주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서 있는 벨렘탑. 그곳과 마주하기 전에 가이드님이 데리고 간 곳은 바닥에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그 지도를 보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오직 목표물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누군가 "찾았다" 하는 함성 소리가 우리의 대한민국을 찾아 주었다. 손톱만하게 붙어있는 한국을 찾은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저절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한반도 옆에 손톱보다 더 작은 흔적이 보였다. 아니 흔적조차 없는 곳에 친필로 쓴 영문이 있었다. 읽어보니 'DukDo'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독도의 절실함을 이곳에 오가는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하듯 지도에서 'DukDo'는 말을 하고 있었다. 'DukDo는 우리 땅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었다. 포루투칼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낙서라고 하기보다는 역사라고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멀리 남유럽에서 한국을 가리키는 그 어떤 것 하나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심마니가 산삼을 만나 기뻐서 환호하는 소리보다 값지고 보배로운 것임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여행은 여행지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작은 것 하나까지도 설레이고 편하고 소중하다고 가르쳐 준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고 변화하게 해주는 인생의 선물인 것이다.

멀리 이국땅에서 만나는 한국의 사소한 것들조차도 나에게는 숭고함이요, 대견함이요, 자랑스러움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우리의 애국심이 여행을 통해 재발견 되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마찬가지란 생각을 해본다.

# 테주강의 귀부인 벨렘탑

테주강변에 세워진 벨렘탑

2002년 월드컵에서, 본선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와 친숙해진 포루투칼. 이곳의 수도 리스본은 대항해 시대의 영광과 대지진의 아픔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중세의 건물들과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도시이다.

옛날 전성기의 리스본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그려보는 느낌은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자극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지진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세계에서 가장 번영의 옷을 차려 입고, 지구상의 꽃으로 대대손손 영화를 누리며 전 세계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벨렘탑 인근에 위치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발견기념탑'

'벨렘탑'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1515년 '마뉴엘 1세'가 항구를 감시하기 위해 태주 강변에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물속에 세워졌으나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물에 잠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3층으로 이루어진 탑으로 1층은 조수의 차이로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거기에 죄수들을 가두어 물이 들어올 때는 목까지 물이 차는 고통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2층은 포대로 향해의 안전을 수호하는 '벨렘의 마리아상'이 서 있다. 끝으로 3층에는 귀족들의 연회장이다.

벨렘탑 안의 극과 극인 용도에 마치 천국과 지옥이 함께 공존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선과 악의 심판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여 사람들에게 바른 삶을 살도록 경각심을 일으켜준다는 점에서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물 속에 세워졌다는 탑이라고는 미끼지 않을 정도로 그 모습이 수려하였고 마치 여자 드레스 자락처럼 보인다하여 '테주강의 귀부인' 이란 애칭까지 생겼다고 한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벨렘탑이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출렁이는 물 위를 걸어 나오고 있는 듯 했다.

벨렘탑 옆에서 그리 멀지 않은 또 하나의 기념탑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발견기념탑'이 바로 그것이다. 우아하면서도 장대한 모습이 지구인들의 또 다른 호기심을 만족시키기라도 하듯 균형잡혀 있었고, 창백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 신대륙에 놀란 사람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빛을 대변해 주었다.

# 세계문화유산인 제로니모스 수도원

제로니모스 수도원 전경

벨렘탑 근처의 세계문화유산인 제로니모스 수도원. '마누엘 1세'가 '엥리케 왕자'의 위업을 칭송하고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여 '엥리케 왕자'가 지은 예배당 자리에 16C 초에 건설한 수도원이라고 한다.

마누엘 양식을 대표하는 이 화려한 건물은 해외로부터 얻게된 부를 토대로 지은 것으로 대항해 시대의 영광을 보여주는 수도원이라 한다. 남문의 입구 위쪽에는 '앙리케 왕자'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고, 고딕 르네상스 건축물인 산타마리아 교회와 연결되어 있다. 교회의 내부에는 '바스코 다 가마'와 포루투칼 최고의 시인인 '루이스 데 카몽이스'의 석관이 존재한다고 가이드님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가르쳐 주었다.

이 수도원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은 한 변이 55m인 회랑을 가진 아름다운 안뜰이다. 석회암을 사용하여 치밀한 조각을 한 2층의 건물은 아치가 아주 우아하고 섬세하여 사람의 힘이 아닌 신의 손길에 의해 창조된 것인양 착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였다.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조금 멀리서 전체를 한 눈에 감상하는 것이 이곳의 매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한다.

1502년부터 1672년까지 장장 170년의 대공사 끝에 일궈낸 건축물로 총 길이 300m에 달하고 있으며 화려하고 장엄한 건축물로 한 눈에 보기조차도 힘들어 시야를 나누어 조곤조곤 살펴야 제대로 된 수도원을 감상할 수 있다.

포르투칼이 '발견의 시대'를 이끌어 갔을 때 누렸던 영광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는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벨렘탑'은 1983년 '히에로니무스회 수도원과 벨렘탑'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공원 한 가운데는 커다란 원형 연못과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는 분수대가 우리들의 피곤함을 달래주었다. 분수대 외벽에는 각 지역 성주들의 문장이 새겨져 있어 무엇하나 무의미하게 만들어진 것은 어디에도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커다란 수도원 곳곳에는 바다를 상징하는 해마상과 건물들 그리고 정원 가득 무궁화가 활짝 웃고 있어 우리들 발걸음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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