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종(石鐘)
김영석
충청북도시인협회 이사
사람과 시 동인
오래도록 우려낸 침묵
맑고 깊게 퍼져서 간다
그의 두툼한 손길 닿는 곳마다
새순 불쑥 키가 커지고
왁자지껄 떠들던 버들치 한 박자 숨소리 낮추는 것을
꽃들은 자기만의 색깔 더하고
다 늦은 저녁
천년 잠에서 깨어난 결 고운 돌무늬 고요히 눈을 뜬다
동그란 원안으로 들어와
골똘히 제 속 들여다 본다
열린 옷 깃 여미고 바다로 가는
넓은 강물처럼 당신은,
숲 사이 우렁우렁 걸어 나오시며
빠진 이처럼 춥게 서 있는
낡은 옷 입은 사내의 머리 위에서
괜찮다, 괜찮다고 낮은 기침 뿌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