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전국 의과대학의 유급 시한이 만료됐다. 그러나 많은 의대생들은 수업에 복귀하지 않았다. 전체 의대생 수업 참여율은 30%를 넘지 않고 있다. 집단 유급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24·25·26학번이 수업을 동시에 듣는 '트리플링'(tripling)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충북대는 지난달 29일이 유급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본과 학생 200여 명 중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9명이다. 1학년 4명, 2학년 0명, 3학년 2명, 4학년 3명 등이다. 결국 190여명의 학생들이 유급될 처지에 놓였다. 방학 없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수업일수가 부족하다. 의학과 4학년은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국시 실기시험 원서접수는 졸업생 및 졸업예정자만 가능하다. 유급될 경우 원서 접수를 할 수 없다. 충북에 의대를 둔 대학은 충북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다. 건국대는 이미 지난 29일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신입생 대부분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했다. 전국의 각 의과대학은 지난달 30일 자정을 기준으로 유급 예정자 명단을 확정지었다. 유급이 최종 확정된 학생들은 올해 학교 복귀가 불가능하다. 내년 1학기가 돼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각 대학은 30일까지 수업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유급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선 전체 의대 재학생(1만9천760명)의 절반이 넘는 1만 명 이상이 유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대비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대학은 이미 24·25학번의 수강신청 제한 등 내년 신입생의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대학은 오는 7일 교육부 취합 결과에 따라 유급 대책을 확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까지 각 대학으로부터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자료를 제출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했다.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대안 없는 투쟁은 더 이상 의미 없다.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대선 이후 구제 기회가 생길 거란 설이 돌기도 한다. 새 정부 출범 시 학사 유연화 조치 등으로 미복귀자를 구해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확인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헛된 기대다. 이제는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강경 투쟁만 고집할 게 아니다. 의대생 특권의식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 교육현장으로 복귀해 의료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가 백기 투항한 만큼 의료계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화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협의 내년 의대 모집 인원 조기 확정 요구는 무리다.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전제로 어렵게 만들어낸 대안을 무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의료 개혁의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민과 환자들에게 절실한 지역·필수 의료 강화, 의료 인력 확충,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은 의대 정원 증원과 상관없이 진행돼야 한다. 의사 단체는 의대생들이 학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의대생 집단 유급 사태는 현실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다. 학칙을 어기며 자초한 혼란이다. 그 바람에 의료인력 양성·수급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와 각 대학은 하루 빨리 교육 정상화 길을 찾아야 한다. 필수·지역의료 대책도 포기하지 말고 내놔야 한다. 더 이상의 양보와 관용은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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