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축복

2025.04.15 14:25:13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장미를 보며 인사를 한다. 화병에서 아름답게 벙그는 꽃을 보면서 외출을 하고 돌아와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꽃 속에 인도에서 온 제자가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웃고 있다. 이 꽃다발은 얼마 전 생일에 인도에서 온 제자가 선물을 해 준 것이다. 너무나 고마워서 꽃이 시들지 않고 오래 피도록 화병에 꽂을 때부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러 겹의 꽃잎이 피면서 집안이 환해졌다. 마음도 환해지고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꽃 피는 사월에 태어난 나는 꽃을 유난히 좋아한다. 낮게 앉아야 겨우 볼 수 있는 작은 풀꽃부터 화단과 울타리에 피는 꽃은 물론 먼 산에서 수채화처럼 번져나가는 산벚꽃도 매우 좋아한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도 꽃을 좋아하신다. 집 주변에 꽃나무가 많다. 매화를 시작으로 살구꽃, 복숭아꽃, 감꽃, 장미꽃, 목단꽃, 보리수꽃, 목백일홍꽃 등등 꽃을 가까이에 두고 사신다. 며칠 전에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꽃이 지기 전에 한번 다녀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파트단지 내에 핀 홍매화가 지고 나니 어느덧 명자나무와 연산홍나무에 맺힌 꽃봉오리가 눈에 띄게 부풀고 있다. 골담초도 부지런히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눈치다. 한편,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잔디밭에는 봄까치꽃이 한창이다. 노란 민들레도 더러 보인다. 베란다에도 꽃이 한창이다. 해가 잘 드는 낮이면 선인장꽃이 만발을 한다. 칼랑코에는 겨우내 피어서 여전히 곱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학교 정원에서 만나는 수선화와 민들레와 개나리도 사월에는 보는 사람들을 살갑고 상냥하게 만든다.

나는 꽃을 보면서 종종 김철순 시인의 동시(작은 꽃)로 반응한다.

학교 가는 길옆에/작은 꽃이 피어 있었다.//작은 꽃은 부끄러운지/자꾸만 풀숲에/몸을 숨기려 했다.//괜찮아/작아도 너는 꽃이야/내가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시(풀꽃 1)로 화답하기도 한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어김없이 사월은 오고 꽃은 피는데, 날씨가 변덕스럽다. 흙비가 내리다가, 눈이 날리다가, 바람이 심하게 불다가 우박까지 내렸다. 어쩌면 더 단단하고 서로 돈독한 관계를 이루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우체통에 꽂힌 편지 속에 깃든 4월 안부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큰 위로와 격려가 되기에 충분했다. 벚꽃이 가득한 표지에는 '당신의 일하는 모습이 멋집니다'라는 글귀가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벌써 4월 아니고 이제 4월입니다.

4월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내가 세운 목표에 한 걸음 더!" 라는 각오를

담은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해 보세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함께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말이 더해질수록 더 성장합니다.

이전까지 잘 해왔던 것, 더 잘해 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끝맺는 메시지는 한번 더 힘과 용기를 주어 스스로를 돌아보며 힘을 얻게 하는 마법의 말로 들렸다.

크게 소리 내서 몇 번을 더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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