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청주의 진산(眞山)인 우암산과 그 앞을 흐르는 무심천은 두말할 것 없이 청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두 지명은 청주시내 많은 학교의 교가에 단골로 등장한다. 우스갯 소리로 두 지명이 들어가지 않은 교가는 교가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두 지명이 청주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강렬하고 절대적이다. 외지 사람들도 청주하면 우암산과 무심천을 떠올릴 정도로 청주의 대표적인 장소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오랜 세월 청주 사람들의 뇌리속에 각인된 두 지명은 자연스럽게 청주를 알리는 홍보의 대명사로 사랑을 받아왔다. 자치단체에서 만든 각종 홍보물은 물론 방송사의 각종 프로그램 뒷배경으로도 두 장소는 빠지지 않는다. '청주=우암산·무심천'이라는 등식이 오랜세월 불문율이 됐다. 이처럼 청주사람 입장에서는 두 지명이 청주를 이어주는 탯줄과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과연 외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얼마전 만난 외지 출신의 한 지인은 "청주사람들은 우암산과 무심천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느낄지 모르지만 외지인 눈에는 그저 그런 산이고 하천일 뿐"이라며 "대외적으로 청주를 알리는 랜드마크로는 조금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암산이 서울의 북한산처럼 경치가 수려한 것도 아니고 무심천이 넓고 잘정비된 한강에 비유할만한 것도 아닌데 청주의 역사와 전통을 모르는 외지인들이 과연 우암산과 무심천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처음 그말을 들었을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했지만 '역지사지'라는 측면에서 볼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가 팽창하기 전까지 청주의 랜드마크는 우암산과 무심천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10여년전 청주와 청원이 통합하면서 청주의 규모와 위상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통합전 청주 원도심일대와 오창·오송 등 3개 거점을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되고 있다. 같은 청주지만 이 3개 거점의 성립과정과 형태는 매우 이질적이고 다르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기존 청주시내 일대는 무심천과 우암산으로 상징성을 대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이오,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구심점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창과 오송까지 아우르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달라진 청주의 위상에 걸맞은 랜드마크 다양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우암산과 무심천으로 상징되는 청주의 정체성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처럼 우암산과 무심천을 근간으로 한 기본적인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청주를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언을 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외지인들 중에는 오송과 오창이 청주인줄 모르는 사람이 매우 많다. 우리는 '청주시 오창읍' '청주시 오송읍'으로 알고 있지만 외지사람들은 별개의 행정구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고양시 일산구'와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처럼 고양시, 성남시, 용인시 보다 일산, 분당, 수지가 부각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다. 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의무이자 몫이다. 결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대체 불가의 영역이다. 향후 청주시는 충청권메가시티의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때문에 그에 걸맞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랜드마크의 다양화 문제도 공론화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100만 청주의 위상에 걸맞는 랜드마크는 무엇인지 민·관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