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드림' 몽상이 현실이 되려면

2018.09.11 17:49:42

[충북일보] 지난 8월 31일 오전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태양광발전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서 산사태 조짐이 보인다는 한 주민의 전화였다.

급히 도착한 청주시 오창읍 성재리.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쏟아진 토사는 논과 밭으로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1년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현장에서는 여든을 넘은 노인이 취재진의 팔을 붙잡았다.

"어제 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 잤어. 집안까지 물이 차오를 기세였다니까."

그는 자신의 집 안팎을 둘러보고 가라며 하소연했다.

이곳 역시 야산을 깎아 1만여 평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인근에 주택가가 있어 자칫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태양광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발전시설 곳곳은 재해 위험에 노출됐다.

제도는 미흡하다.

시·군 조례에 의해 도로·주거지 등 이격거리가 제한된다. 이마저 제각각이다.

관리·감독 책임도 모호하다.

전기발전사업 허가권과 개발행위 허가권이 이원화돼 있다.

정부부처 소관 역시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에너지공단, 산림청 등으로 따로따로다.

태양광 보급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결국 태풍과 장마로 사고가 터졌다.

현재 우리나라 임야에 설치된 수만 개의 태양광시설 중 극히 일부의 사고였다.

그러나 위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더 큰 화(禍)를 막기 위한 진단과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천 화재 건물도 수십만~수백만 개의 건물 중 하나였다.

각종 불법 요인과 부실한 대응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위험 징후를 미리 발견해 조처했다면 화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용 연한이 지난 폐 패널과 토지 활용에 대한 로드맵을 정립해 또 다른 환경오염을 미리 막아야 한다.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콘트롤타워도 없이 '3020 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산업을 육성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태양광시설은 이미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더 큰 피해에 직면하고 나서는 너무 늦다.

어쩌면 태양광이 장밋빛만은 아닐 수도 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아직 손댈게 많고, 갈 길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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