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전맹 축구선수단이 지난 22일 천안축구센터에서 대전을 맞아 치른 '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6강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1대0으로 승리했다. 한시동(오른쪽) 충북장애인축구협회장이 첫 승을 거둔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충북일보]김영구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녹색 잔디로 가득찬 축구장이 아닌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4번째 키커로 나선 김영구는 호흡을 가다듬고 발 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공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함께 '넣으면 이길 수 있다'는 흥분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한발두발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질렀다.
'펑'하며 공이 발끝에 걸리는 느낌이 왔다. 곧바로 "골인. 골인"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김영구가 승부차기에서 성공시킨 이 한 골로 충북 전맹(全盲, totally blind) 축구선수단은 지난 22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6강 대전과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첫 승'을 거뒀다.
어렵사리 첫 승의 쾌거를 거둔 충북 전맹 축구선수단은 선수단 규합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경섭(실무지도자) 감독은 시각장애 선수들의 자신감 향상과 충북장애인체육의 발전을 위해 올해 초부터 선수들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연합회와 광화원 등의 관련단체를 방문해 충북 출신의 골볼 은퇴자를 수소문했다.
어렵게 얻은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울산, 수원, 김해, 서울, 인천, 대전, 아산 등 선수들의 거주지를 줄기차게 방문했다.
이미 생업 전선에 뛰어든 선수들은 쉽사리 팀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감독은 '삼고초려'하는 심정으로 선수들을 다시 찾았다.
수차례 이어진 설득 끝에 지난 5월 김영구, 김용기, 한병덕, 최춘동, 최덕삼, 박종환, 윤여정(비장애인), 김동영(비장애인)으로 선수단이 구성됐다.
선수단은 구성됐지만 거주지역이 모두 다른 탓에 선수소집이 어려웠고, 이동수단과 훈련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 한 달에 1~2회의 훈련밖에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은 고된 일상과 훈련 속에서도 굽힐줄 모르는 열정으로 무장하고 이번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감격적인 첫 승을 가져왔다.
이날 오후 치러진 충남과의 8강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1대0으로 아쉽게 패했다.
한 감독은 "창단 이후 대회에 참가하기 까지 한달보름정도밖에 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며 "내년에는 우수 선수를 2~3명 영입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