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참 이상하다. 옛날에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장마오고 7월 중순 이후부터 무더위에 죽을 지경이어서 이때 피서를 갔는데 금년은 장마철이 언제인지 모르게 비가 내린다. 특히 8월 들어 수시로 비가 와서 기후에 관한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주말과 휴일에 비 오는 날이 많아서 일 처리하느라 계곡이나 바닷가를 가지 못한 나로서는 남들이 피서 갔다가 비 오는 바람에 놀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우리 집 가훈이 실현되는 날은 정말 기분이 째진다.
그건 그렇고 지난 주 목요일인 7일이 말복이며 입추였다. 이제 가을이 시작된다는 것인데 입추가 시작 되자마자 우리 집 강아지 목에 힘이 들어간다. 여름 한 철에는 그리도 내 눈치를 보더니 처서가 되니 이제 짖어대는 소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조금 기분 나쁘게 하면 으르렁 거린다. 이제 이 강아지를 길들일 방법은 김정은이 쳐 들어와서 전시 중 먹을 것이 없어 비상식량으로 사용할 때를 제외하곤 이 녀석을 금년에 건드릴 방법이 없다. 조그만 놈이 내 머리 위에 앉아 잔머리 굴리는 것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더러운지 모른다.
하기사 요즘은 내가 동네북이 되어 그런지 옆 집 강아지도 나를 보면 으르렁거린다. 내 집사람이 나를 강아지보다 못하게 취급하니 옆 집 강아지조차 나를 이리 대하는 것 아닌 가 싶다. 믿고 의지할 것은 주 예수 뿐 인데 교회 가서도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한다. 예수님도 힘 센 사람에게만 임하시는 것 아닌가 싶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내 마음에 예수님이 주시는 평강이 임하질 않는다. 사람들 말로는 믿음이 적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믿음이 나 정도면 됐지 내가 무슨 베드로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지난 7일 처서 이야기 좀 더 할 까 싶다. 이 날 아는 분이 말복이니 염소 탕 먹으러 가자고 한다. 사실 염소를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염소를 잘 먹지 못하지만 워낙 내가 잘 받들어야 하는 분이 말씀 하시니 안 갈수도 없고 염소 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우와, 정말이지 그 식당에 사람들이 얼마나 바글거리는지 청주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 온 것 같다. 수육 먹으며 밥 하나 시키고 백세주 몇 잔 먹으니 그래도 술기운에 염소가 내 목구멍으로 생각보다 잘 넘어간다.
특히 그 날 비가 와서 밖에 내리는 비까지 구경하면서 먹는 염소는 염소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 나마 염소를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아 주니 고마울 뿐 이다. 그런데 식사 마치고 내 우산을 찾아보니 누가 내 우산을 가져 가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크기가 같은 아주 질이 형편없는 우산을 놓아두고 가 버렸다. 그래도 양심상 자기 우산은 놔두고 내 우산을 가져가 버렸지만 우산을 펴니 안쪽에 창살도 그렇고 잘 펴지지도 않는 우산이었다. 정말 성질나는 게 우산이 몇 푼 한다고 그 막간에 내 우산 들고 가고 자기 우산 놔두고 가는지 그 심보에 속이 확 뒤집혀진다. 유병언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 하기사 이런 일이 어디 염소 탕 집에서만 일어날 까. 정치 현장에서도 우리 민초들에게 질 안 좋은 것 하나 던져주고 좋은 것을 빼앗아 가는 일들이 어디 한 두 건인가. 주여, 일단 내 우산 가져간 사람 올 여름이 가기 전에 전설의 고향 귀신을 그 사람에게 보내주시고, 정치인들에게는 드라큐라를 몇 명씩 보내 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