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우리 농업의 가치 창출로

2025.06.19 14:17:59

송용섭

농업미래학자 교육학박사

요즘 누구나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는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를 함축한 '저속노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개념으로 알려진 저속노화(slow aging)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신체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외모만 젊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체내의 세포와 장기, 감정과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노화를 천천히 진행해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전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지만 생활 습관과 환경적인 요소 등을 조절함으로써 건강한 노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속노화를 위한 실천 방법으로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신체활동, 정신건강 관리를 제시한다. 그 중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은 식습관 개선을 통한 저속노화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동양의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서양의 격언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모두 '음식이 나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개념에 근거한다.

이러한 신념으로 저속노화 식단에 이목이 쏠리면서 농산물과 음식 선택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가공업체와 유통업계, 외식업계 등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거센 변화가 일고 있다.

먼저 저속노화 식단의 숨은 보물로 일컬어지는 통곡물과 잡곡류, 두류가 주목받고 있다.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주고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해서 식후 혈당을 서서히 오르게 해주는 통곡물과 잡곡류의 소비가 늘고 있는데 현미, 귀리, 보리 등을 섞은 잡곡밥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식물 단백질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두류를 섭취하면 근육을 유지하면서 세포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져 검은콩, 병아리콩, 렌틸콩, 강낭콩 등을 활용한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잡곡류와 두류가 저속노화에 이롭다고 인식하면서 2022년 0.9㎏이었던 1인당 연간 잡곡 소비량은 2024년 1.4㎏으로 증가했으며, 두류 소비량도 같은 기간 동안 1.7kg에서 1.9kg으로 증가했다.

제철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사시사철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신선하고 가공식품보다 영양이 풍부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짧은 수송으로 탄소발자국이 작아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저속노화 식단에 발맞추어 가공업체는 저당, 저염, 저칼로리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기존 제품도 맛은 유지하되 건강을 고려한 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즉석밥, 도시락 등 간편식에 통곡물과 저당 식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외식업계도 슈퍼푸드 기반의 메뉴와 저염, 저당 조리법을 적용한 외식 브랜드 개발을 통해 저속노화 트렌드를 쫓고 있다.

저속노화 관점에서 농업생산은 단순한 식량 공급 차원을 넘어 건강한 식재료의 원천으로서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예방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다. 탄탄한 농업 기반이 형성되어야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여 지구 환경을 지키며 저속노화를 가져오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토양 건강, 생물 다양성 보존, 기후 변화 대응과 같은 지속가능한 농업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품 생산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든다. 따라서 저속노화는 개인의 건강만이 아닌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저속노화는 일시적 유행을 뛰어넘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속노화의 기반이 되는 농업의 가치가 식량 생산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농업인이 긍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업인이 고품질의 안전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부심을 심어줘 생산 의욕을 고취해야 한다. 저속노화가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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