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차례 주고받는 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친절한 설명에, 커피 한잔을 건네는 손길에, 내 얘기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상대를 향한 따뜻한 눈길과 배려의 몸짓은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감사의 말 한마디는 특별한 사건보다는 사소한 일상에서 더 자주 마주한다.
전화 통화를 마치며,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제공해 준 보답으로 우리는 고마움을 전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 신뢰가 담긴 감사의 짧은 말은 마음의 호수에 길게 잔상을 남긴다.
그런데 나에겐 이 말이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감사(監査)'라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感謝)는 마음의 연결고리로 누군가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지만, 감사(監査)는 규정과 원칙이라는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긴장감을 유발한다.
같은 단어지만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감사담당관은 업무를 처리할 때 사후 지적이 아닌 사전 예방을 우선으로 한다.
규정을 살피고 절차를 점검하며,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미리 살펴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결국 시민과 공무원을 보호하는 일이며, 조직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하루가 더 안전하고 편안하도록 돕는 일이다.
6월 이맘때쯤 한 동료가 도로 배수구를 점검하며 말했다.
"비 오기 시작하면 늦어요. 하수구는 비 안 올 때 봐야 해요."
며칠 뒤 폭우가 쏟아졌지만, 미리 점검한 덕에 물은 금방 빠졌고 큰 불편은 없었다.
우리는 종종 뭔가 '일어난 다음'에 수습하느라 정신없지만, 행정의 진정한 가치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오늘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밑바탕에 감사가 있길 바란다.
세심한 점검 하나, 친절한 설명이 붙은 안내 하나가 실수를 줄이고 불편을 막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이다.
감사가 때로는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책임감과 소명감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동료, 열정을 갖고 시민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가 있고, 시정을 믿고 응원해 주는 시민이 있다.
그리해 나는 감사라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 말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도 함께 들으려 한다.
진심이 담긴 말이 쌓이면 신뢰가 되고, 그 신뢰는 우리가 지켜야 할 행정의 든든한 뿌리가 된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엔 결국 사람이 있다.
오늘도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미소를 건네는 이웃에게, 그리고 이 마음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나 자신에게.
"삶이 당신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그것이 당신의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를 축복하며, 미래를 밝게 만드는 방법이다"라는 명언을 되뇌어 본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