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거론한 이야기를 다시 되짚어 봅니다. 분명 돌아볼 만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직접 가보면 그 경관이나 규모가 기대와 달리 빈약하거나, 지닌 전설이나 설화에 어울리지 않는 환경을 보여 실망을 주는 관광지가 있습니다. 국내 관광지 중 필자가 위와 같은 생각으로 꼽은 곳이 낙화암과 의암(義庵)이었지요.
낙화암은 아무리 지형을 세밀히 뜯어보아도 사람이 뛰어내릴 만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인 데다 백마강과 낙화암의 거리가 너무 멀어 멀리뛰기에 천재적인 소질을 지닌 사람이 전력을 다해 뛰어도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2024년 부여군청이 삼천궁녀 이야기가 가짜뉴스임을 밝혔더군요.
진주 남강의 의암 또한 바라보노라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논개가 왜장을 안고 엉킨 채 뛰어내린다고 하더라도 인근에서 경비를 서던 왜군이 뛰어들어 자기 대장을 쉽게 구조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설화의 특징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일정한 줄거리를 가진 허구적인 이야기'이므로 단군신화처럼 무조건 믿어야지 그 진위를 판단하려 든다면 우둔한 처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관광지에도 그런 곳이 있지요. 바로 유럽의 3대 허무 관광지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게 동상, 독일 라인강 가장자리의 로렐라이 언덕,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이 바로 그곳입니다.
오줌싸게 동상은 1미터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규모의 동상이어서 직접 보면 그 왜소함에 허탈감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이 동상은 프랑스가 벨기에를 점령했을 때 빼앗아 갔다 반환한 것이라고 하는데, 외국 정상들이 벨기에를 방문할 때 고추를 상시 노출하는 오줌싸게를 위해 옷 한 벌을 가지고 오는 게 관례라는군요. 약 700벌의 옷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곳에는 한복도 전시된 모양입니다.
라인강 강가에 있는 로렐라이 언덕 역시 그 규모가 보잘것없습니다.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은, 사랑을 잃은 처녀가 언덕에 올라 라인강에 몸을 던져 죽은 후 처녀 귀신이 되어 지나가는 뱃사공을 유혹해 죽게 만든다는 것인데, 실제 이 지점은 강폭이 좁아지고 물살이 빨라지면서 물굽이가 급하게 돌아 옛날 목선으로 배를 운행할 때 난파 사고가 자주 일어나 처녀 귀신 탓으로 돌려 그러한 전설이 생겼다고 하는군요. 로렐라이 언덕으로 올라가면 동상이 있는데, 동상은 크게 눈길을 끌지 못하고, 다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라인강의 풍경이 조금 시원하고 예쁠 뿐입니다.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 역시 볼품없기는 마찬가집니다. 1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 이 동상 말고는 볼 게 없어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데, 이 동상이 덴마크의 국보라는군요.
국내와 유럽의 허무 관광지 몇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폄훼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허허실실 늘어놓은 이야기입니다. 어차피 관광의 목적이 색다른 풍광과 풍습을 돌아보는 위락(慰樂)에 있으므로 오해들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