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여름철이 다가오며 공동주택과 상가 등에 에어컨 설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 규정을 준수하고 미흡한 규정의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김용수기자
<시리즈> 시민 안전 위협하는 에어컨 실외기③ (사진=김용수 부국장님)
상가 등 일반건축물 관리 기준 재정비 필요
본보 연속보도를 통해 청주 상가 밀집지역의 냉방시설 실외기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법 제도 역시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상가 등 일반건축물에 대해선 법 제도가 두루뭉술하다.
공동주택의 실외기 설치와 관련된 법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9·19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37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8조 등이 있지만 반면 일반건축물은 '건축물설비기준규칙 23조'가 전부다.
그마저도 실외기의 배기구의 높이 기준만 서술돼있을 뿐 나머지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시피하다.
더욱이 실외기실 등 설치 공간에 대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상가, 근린생활시설과 같은 일반건축물은 외벽이나 보행로 등에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어 추락 위험에 노출된다.
건물 외벽에 제각각 줄지어 늘어선 에어컨 실외기가 도시 미관을 저해하기도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실외기 설치공간에 관한 기준부터 시작해서 공간이 마땅치 않을 경우 설치할 난간의 재료·높이 기준까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1~2항 등에 명시돼 있는 점과 대조된다.
이 규칙을 살펴보면 거주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과 구분해 실외기 설치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고 실외기의 설치·유지·관리에 필요한 여유 공간을 더한 크기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여져 있다. 여유 공간의 경우 가로 0.5m 이상이어야 한다고도 적시돼 있다.
또 실외기실이 의무화된 2006년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을 위해서는 실외기를 설치할 난간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난간의 재료는 철근콘크리트, 파손되는 경우에도 날려 흩어지지 않는 안전유리 또는 부식되지 않는 금속과 같이 강도·내구성이 있는 재료여야한다고 규정돼 있고, 난간 간살의 간격은 안목치수 10㎝ 이하라고 돼있는 등 아주 구체적이다.
이같은 규정을 일반건축물에도 적용한다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지만 지자체의 조례에만 맡겨져 있다.
전국적으로 실외기 설치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신축되는 모든 건축물들은 건물 외부가 아닌 내부나 옥상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에어컨실외기 설치방법 개선대책'을 만들어 건축심의·인허가 시 적용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그러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일반건축물의 경우 관련 규정이 허술하다보니 처벌 규정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망이 느슨하다보니 관계 당국에서 아무리 계도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나아지는 것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에어컨 실외기 설치와 관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어컨 설치업체에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건축물 유형에 따라 기준이 다르고 현실적으로 법령을 따르기 어렵다보니 어떻게 기준을 맞춰야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업체는 "최근 지어진 공동주택에는 실외기실이 따로 있지만 구축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실내에 실외기를 설치하거나 관리실에 허가를 받고 앵커 등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실내에 실외기를 설치하면 과열로 화재 위험이 있어 우려스럽고 외부에 설치하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중간에서 진땀을 흘릴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유사했다.
한 청주 시민은 "청주 내 상가 밀집 지역을 살펴보면 외벽에 달린 에어컨 실외기의 지지대가 녹슬고 헐거워 삐걱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모습이 익숙하다"며 "매일 안전에 대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강조하고 있는데도 정작 실외기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