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2가 발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곧 시즌3이 발표되는 모양입니다. 필자는 진작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센세이션을 일으킬 당시에는 외면했다 인기가 시들 즈음 몰아서 보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1도 그랬습니다. 아홉 편의 이야기가 모두 발표되고 한참이 지난 시점에, 그러니까 시즌1에 대한 평가가 시들해질 무렵, 몰아서 보았습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6개의 게임을 통과하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오징어게임 시즌1. 드라마를 제작한 황동혁 감독은 과거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과 대한민국의 계층 간 차이에 기반하여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술회했죠. 일찍 각본을 썼으나 투자할 기업을 찾지 못하다 2021년에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을 시작했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22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이는 비영어권 드라마로서는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오징어게임 시즌1에서 필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인물은 구슬치기 게임에서 탈북자 송새벽에게 일부러 진 지영이라는 역할의 배우 이유미였습니다. 이유미는 이 역할로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의 게스트 여배우상을 받았지요. 극 중에서 새벽과 지영은 어차피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경기인데 단판으로 결정짓자고 합의를 보고는 남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영은 목사인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자, 증오에 불타 아버지를 죽이고 수감생활을 한 뒤 출소해 우연히 오징어게임 영업사원을 만나 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새벽은 북한에서 탈출할 때 아버지는 사망했지만 동생이 지금 보육원에 있고 엄마는 다시 북한으로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처럼 새벽에게 아직 지켜야 할 가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영은 고의로 게임에서 집니다. 상금에 대한 집착과 삶에 대한 미련을 한꺼번에 내팽개치는 지영의 염세주의적 태도는 실감 나는 연기와 버무려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게 되죠.
애초에 기훈과 일남이 깐부를 맺는 장면부터 게임의 방식이 예상 밖으로 흐르리라는 짐작은 가능했습니다. 기훈이 치매에 걸린 일남을 속이고, 일남은 치매에 걸린 척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훈을 대신해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 새벽과 지영이 대화를 나누다 지영이 밖으로 나가보았자 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설정, 이 모두가 통속적인 전개임이 분명하지만, 흔한 결말이라고 치부하기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처연합니다. 특히 이유미의 연기가….
필자는 아직 시즌2를 보지 않았습니다. 시즌3이 발표되기 전, 날 잡아 통째로 몰아서 볼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당연한 일이지만, 기대를 아끼기 위해 언론이나 인터넷에 깔리는 일체의 작품 평을 외면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