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철에 눈?…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본 환경·기후 변화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오는 7월 13일까지
2025 대청호 환경미술제―자연스럽지 않다면
환경·예술 관계 탐구… 생태적 전환 계기 제안

2025.04.16 10:38:22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충북일보] 무심천 벚꽃 위 내려앉은 4월의 눈으로 이상기후가 체감되는 요즘이다. 극심한 기후 변화와 탄소 배출, 생태계 위기라는 환경 현실 속에서 '자연'이라는 개념을 예술적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전시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과 대청호 수변 일대에서 펼쳐진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오는 7월 13일까지 미술관 전관 등에서 '2025 대청호 환경미술제―자연스럽지 않다면'을 연다.

지난 2020년부터 환경 가치를 주제로 이어온 대청호 환경미술제는 올해 자연의 근원적 요소인 물, 흙, 나무 등을 중심에 놓고 자연과 인간, 환경과 문명의 관계를 성찰한다.

전시 제목 '자연스럽지 않다면'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자연의 질서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됐다.

자연을 파괴하고 소비해온 인간의 태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미래를 위한 생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자연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감각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올해로 조성 45년을 맞은 대청호는 자연 호수가 아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이곳을 '자연'이라 부르고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면은 이러한 관습적 인식을 되짚고,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예술 전시를 넘어 생태적 전환을 위한 성찰의 계기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는 강인구, 김준, 김해심, 박정렬, 차기율, 정지연, 지나손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대청호의 지형과 생태, 역사와 기억을 매개로 자연이 지닌 시간성과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들의 작업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체적 존재로 대면하며 관람객에게 자연을 감각하고 사유하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정지연은 자연광에 반응하는 야외 구조물을 통해 생명의 흐름과 시간을 시각화한다. 빛, 중력,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에 따라 변화하는 설치작업은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자연의 질서와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로비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빛의 숲' 작업을 통해, 빛이라는 감각적 요소를 생명과 존재의 상징으로 풀어낸다.

지나손은 침식과 퇴적, 그리고 수몰의 흔적이 남은 수변 지형에 생명의 집을 짓는다. 초석과 맷돌, 사금파리 등 인간의 흔적과 함께 자연 퇴적물이 뒤섞인 이곳에 황토와 미나리를 활용한 생태적 공간을 구성해, 인간과 자연의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로 대청호를 재해석한다.

김준은 대청호 주변에서 채집한 자연의 소리를 공감각적 사운드로 변환한다. 청각을 통해 자연의 호흡과 리듬을 감지하게 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쳐온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관람자는 소리를 통해 생태적 흐름을 감각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박정렬은 대청호 조성 전후의 풍경을 오롯이 담은 작품으로 수몰민의 삶과 상실의 감정을 어루만진다. 그는 대청호 인근에서 수집한 흙을 주요 재료로 사용해, 물에 잠긴 마을의 시간을 회화로 되살린다. 그의 작업은 과거에 대한 애도이자 회복을 향한 제안이다.

강인구는 버려진 대추나무 가지를 의료용 테이프로 이어붙여 유영하는 물결 형상의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잘려나간 가지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장면은 자연의 순환성과 생명력,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차기율은 대청호에서 수집한 돌을 드로잉과 설치로 재배치한다. 오랜 시간 자연이 품어온 돌의 질감과 형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되묻고, 인간의 사유와 자연의 기억이 맞닿는 경계를 탐구한다.

김해심은 대청호 수변에 널린 덩굴과 나무 등을 활용해 생태적 둥지를 구성한다. 생물의 서식지이자 토양을 되살리는 존재로서의 덩굴을 통해, 인간 또한 자연과 함께 얽히고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전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는 7월 13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문의문화유산단지 입장료는 별도다.

박원규 청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자연과 예술의 접점을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환경 문제를 성찰하고, 예술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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