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신드롬(Good Child Syndrome)

2025.01.12 14:26:59

홍승표

원남초등학교 학교장 (교육학 박사)

40여 년 전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이었던 시절 아버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가유삼성(家有三聲)이라고 행복한 집안에서는 항상 세 가지 소리가 들려야 한다. 아기의 울음소리, 책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가 늘 들려와야 그 집안은 좋은 집안이란다." 이 말씀을 듣고 자란 나는 아버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 작은 소리로 읽어도 될 책을 밖에서 일하시는 아버님께서 들으실 수 있게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행동이었어. 귀여운 데가 있었군'이라고 여겨진다. 아버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고 웃어른들께 칭찬받기 위해서 비교적 착한 행동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 자신의 감정을 조금은 억제하고 항상 착한 행동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었다.

이런 행동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착한 아이 신드롬(Good Child Syndrome) 이었다고 생각한다. 착한 아이 신드롬은 어린 시절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습관이 지속되는 심리적 상태이다. 착한 아이 신드롬은 부모 혹은 중요한 타인(친구, 선생님)의 기대나 사회적 규범에 맞추어 발전하게 된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와 '자기 스스로 인식되는 나'와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착한 아이 신드롬(Good Child Syndrome)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칭찬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에 상당 부분 초점을 두고 지나치게 되면 점차 자기를 잃고 자신의 감정을 너무 억누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기 정체성의 혼란, 불안,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착한 아이 신드롬의 주요 원인은 부모의 기대나 압박, 칭찬에 대한 의존, 갈등 회피 등이 있다. 갈등 회피는 가정 내 갈등,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아이들이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이후 방어적인 태도로 발전하게 된다.

겉으로는 문제없는 모범적인 모습의 아이로 보일 수 있지만, 내적으로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진정한 자기 욕구나 목표를 찾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너무 민감하다거나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란,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 등을 접한다면 착한 아이 신드롬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착한 아이 신드롬은 대인관계 즉 자기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갈등 상황에서 항상 타협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 비대칭적인 관계, 감정 소모가 심한 관계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자존감도 저하되고 과도한 책임감에 빠져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며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 때로는 타인의 기대와 거리 두기도 필요하며 상담전문가나 심리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받아들이며 책임을 다하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다. 나다운 삶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확실하게 정립된 자아개념이 형성된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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