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이론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일은 쉽게 망각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신이 멍해지는 경험도 하였다. 머릿속이 까맣게 변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신적 망각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정신적 블로킹(Mental Blocking)이라 한다.
어린이 지능 개발용 도서에 수록된 재미있는 실험이 떠오른다. 두 그룹으로 나뉜 참가자들에게 작은 양초, 성냥갑, 압핀을 똑같이 나누어주었다. 눈높이에 맞게 벽에 초를 달아 놓아보라고 요구하였다. 첫 번째 그룹은 '성냥으로 불을 먼저 붙이고 수행하라'라는 조건을 주었으며, 두 번째 그룹은 '불을 붙이지 말고 과제를 수행하라'라고 하였다.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그룹은 어느 쪽일까? 두 번째 그룹이다. 이 그룹은 먼저 벽에 성냥갑을 압핀으로 고정하고 이를 받침대로 활용해 그 위에 초를 세웠다. 그런데 첫 번째 그룹은 불을 붙인 양초를 그대로 벽에 고정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바람에 첫 번째 그룹은 성냥갑을 받침대로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양초에 불을 붙이라는 부담이 없었던 두 번째 그룹은 성냥갑의 기능을 받침대로 바꿔 해석하였다. 정신적 블로킹은 창의적인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그룹에 정신적 블로킹(Mental Blocking)에 직면한 것이다.
'스스로 정신적 블로킹을 당했다'라고 자각하게 되면, 우리는 창의적 휴식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문제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거나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산적 망각 상태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며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다 며칠 후 맑은 정신으로 그 문제를 다시 보면 금세 풀리는 경험이 종종 있다.
창의적 휴식, 생산적 망각 상태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상황이 발생하면, 의식적으로라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교육 현장에서의 문제상황을 퇴근 후 '나의 공간'으로 가져오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 의식적으로 문제상황의 전환을 시도하다 보면, 생산적인 망각에 감사하기도 하고 무의식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곤 한다.
정신적 블로킹(Mental Blocking)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해 보자. 문제상황에서 벗어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보자. 머리를 쥐어짜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망각이 일어나는 것도 제법 매력적인 일이다.
최근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자들은 자신의 무의식까지도 진정한 교육자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 멋진 교육자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진정한 우리 교육자들이 교수·학습과 학생 지도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정신적 블로킹(Mental Blocking)을 겪기도 한다. 교육자들이 교육 현장에서 정신적 블로킹을 겪더라도 그때마다 각자 자신만의 사랑스러운 무의식과 생산적인 망각 속에서 헬렌 켈러의 말이 '툭'하고 발현되기를 소망한다.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세상을 똑바로 정면으로 바라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