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먼저 무안공항 사고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차가운 분노가 가슴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상실감을 담은 아우성이 끓어오른다. 화가 치솟는다. 2024년, 격랑의 시간이 화급히 지난다.
*** 참사 유가족에겐 애도를
12월 3일 밤의 6시간은 참담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공포였다.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한밤중 국회의 즉각적인 계엄해제 표결은 슬픈 아름다움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민주주의였다. 결국 비상계엄은 한밤중 선포, 새벽 해제로 이어졌다. 우울한 해프닝이었다. 상상력을 초월한 '웃픈' 현실이었다. 두고두고 알 수 없는 의문투성이다.
12월 29일 터진 무안공항 항공사고는 참혹했다. 너무 참담해 아직도 몸이 떨린다. 생존자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다. 2명의 생존자가 다인 듯하다. 181명 탑승자 중 2명만 살았다. 순식간에 179명의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졌다. 뜨거운 생명이 화마 속으로 사라졌다. 가혹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한민국이 정말 어디로 가려하는지 답답하다.
국민들은 빨리 혼란이 수습되길 바란다. 먹고 살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 정부는 이미 붕괴 상태다. 국회는 정상 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다. 이미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 그 속에서 정치는 여야의 아집과 독선뿐이다. 그저 권력만 탐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의 심판대에 올랐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비상시국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지금처럼 줄 탄핵이 현실화하면 무정부 상태가 될 수 있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버리고 내치에 힘써야 할 때다. 그래야만 정치가 살고 국민이 살 수 있다. 정치는 시대의 흐름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민심의 중심이 뭔지 알아야 한다. 과거를 끌어안고 살면 안 된다. 세계 속의 한국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한 해의 끄트머리다. 끝은 언제나 다시 시작으로 이어진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믿음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민의 삶이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나라는 백척간두에 놓였다. 낙조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구원의 손길은 없다. 정치권은 아직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투철한 소명감이나 단호한 사명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곧 새해가 밝는다. 나라는 초비상 사태다. 사회 분위기가 정말 어둡다.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자칫 잘못하면 누란의 위기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의 정쟁과 반목은 여전하다.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 정말 답답하다.
*** 국민에겐 뼈아픈 사과를
판소리에 '어질더질' 혹은 '더질더질'이라는 표현이 있다. 완창 때만 나오는 마무리 사설이다. "소리꾼은 목이 아프고, 북잽이는 팔이 아프니 이제 그만 하자"는 말이다. 소리꾼이나 관객이나 이 사설을 만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완창 능력 없는 소리꾼은 평생 입 밖에 내놓을 수 없다. 관객은 끝까지 기다려야 들을 수 있다.
유종지미(有終之美),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이다. 정치권은 사과부터 해야 맞다. 그게 도리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가적 계엄사태에 초대형 항공참사까지 발생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도 진통의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2024년의 끝이 하수상하다. 맺음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그저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며 어질더질~,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