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낮추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금리를 높인 이후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 내리는 조치를 하였다. 금리는 돈의 가치나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인류는 바닷조개, 가축 등을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사용하다가 그 후에 동전으로, 지금은 원화나 달러 등 지폐가 화폐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돈 또는 화폐를 움직이는 모든 행위를 결제라고 하며 채무를 이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이 위축되자 많은 핀테크 기업이 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혁명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모든 정보와 거래가 집중되는 스마트폰이 통합 플랫폼의 기능을 하게 되었다. 휴대전화에 애플페이 등 금융 결제 기능을 탑재하여 간편결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 모바일, 은행지점 등에서 결재가 이루어지며 결재 데이터는 가맹점 은행으로 전송된다. 일반 은행들은 결제 업체로부터 지급에 관한 데이터를 받고, 카드 플랫폼에서 데이터 교환을 통해 결제가 처리된다.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지급결제, 신원증명 등에 뛰어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애플, 구글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경우는 지문과 안면인식 기술을 갖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하고, 페이스북 등 SNS 기업들은 플랫폼에 결재 서비스를 도입하여 주로 개인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팔, 스트라이프 등 온라인 결제회사는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내역을 저장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을 제공한다. 또한 비트코인 이후 이더리움, 테더, 리플 등 다양한 암호화폐가 생겨나고,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리온 리부와 니콜라스 데프린스가 저서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에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핀테크 혁신이 부의 재분배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선진국에서는 온라인 개인 간 대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등을 통해 금융접근과 대출과 자본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탈세 방지를 위한 데이터를 추적할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신분증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인도의 아드하르와 같은 디지털 신분 증명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복지 보조금을 공무원이 착복하지 못하도록 디지털 지갑을 통하여 지급함으로써 사기와 부패를 막고 복지 재원을 늘릴 수도 있다. 신분증과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농촌지역 소외계층에게 저렴하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요르단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에게 식량을 지급한 사례와 같이 저소득층 식별과 사회복지 자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대출받기가 쉬워져 정부는 사전에 대출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공시와 소비자 보호 등의 의무를 부여하며 국민에 대한 금융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부당한 배제나 가격책정 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으므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리는 머지않아 현금 없이 디지털 화폐가 통용되는 사회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금융대혁명의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업무처리 방식은 물론 정부나 국가의 역할에도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