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평등의 원인을 보는 시각

2024.05.12 14:54:41

김장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한 국가의 경제 불평등은 국민 개개인은 물론 정치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빈부격차가 큰 사회에서는 사회적 지위불안, 자신감의 상실, 우울증 증가, 자기애와 자기강화, 약물 의존성 심화 등이 나타나고, 사회적 자본 훼손, 정치불신 증가, 하위계층의 정치참여 위축 등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경제 불평등이 크고 그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완전평등한 경우가 0이고, 완전불평등한 경우는 1이다)는 0.333으로 미국(0.375), 영국(0.354)보다는 낮고 스웨덴(0.286), 캐나다(0.292) 등의 국가들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3년 3월 기준 소득 최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4%로 2007년부터 2.5%포인트 증가하여 OECD 회원국가 중 증가폭이 네 번째로 크다. 우리나라보다 증가 폭이 큰 나라는 뉴질랜드(4.5%P), 덴마크(3.8%P), 튀르키예(3.3%P) 등이다. 최상위 1%가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7%로 같은 기간동안 3.3% 포인트 증가하여 멕시코(8.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경제 불평등의 원인으로 개인의 능력, 숙련편향 기술진보, 정보화, 세계화, 경영자 권력 등 다양한 요인이 제시되고 있으나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게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제 불평등의 원인에 대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일련의 학자들이 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과 그의 정치경제이론을 계승한 학자들은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자신의 선거권을 사용하여 소득재분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예측과는 달리 상위 1%가 하위 99%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그 차이가 늘어나는 현실을 보고 그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불평등이 확대되는 근본 원인이 정치와 정부 정책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의 방향을 부유층에 유리하게 바꾸고, 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은 국회에서 차단되거나 정치인으로부터 외면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보통선거 중심의 민주주의가 시장중심의 자본주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위 1%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도록 작동되는 '승자 독식의 정치'가 아니라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도록 정치가 회복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최근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ugene Stiglitz) 등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금융부문 규제를 강화하고 누진적인 조세제도 등을 마련하는 한편, 교육접근권 향상, 완전고용 경제 복원 등 중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들 간의 물질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면 행복과 사회관계의 질이 높아지고 사회 불안과 소비주의, 폭력, 스트레스도 더욱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제 불평등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경제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학자들의 주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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