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우리는 요즈음 정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언론과 미디어의 정치 관련 보도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혐오도 커지고 있다. 종전의 국가권력과 다른 의미의 정치적 행위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정치 과잉이 논의되기도 한다.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정치권력이 새로운 위험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으며 기업과 개인은 다양한 형태의 위험 속에 놓이게 되었다.
곤돌리자 라이스와 에이미 제가트는「정치가 던지는 위험(Political Risk)」에서 2013년 개봉된 블랙피시라는 탐사보도 형식의 적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씨월드를 초토화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여기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위험을 관리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제 휴대전화, 인터넷, 소셜미디어가 확산한 초연결사회에서는 사회활동가 뿐만 아니라 개인도 SNS 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만이 아니라 개인, 지방조직, 중앙정부, 다국적 집단, 국제기구 등 모두가 위험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고 그 위험은 지정학적 사건, 내부갈등, 정책변화, 계약위반, 부패, 천연자원의 악용, 사회운동, 테러,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과 조직의 훌륭한 리더는 이러한 위험을 일찍 식별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를 하여야 한다. 다양한 위험에 대한 진단과 이해, 치밀한 분석, 위험으로부터의 영향 완화, 그리고 대응이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각 기업과 정부기관, 자치단체 등은 각종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며, 상급자는 늘 노심초사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중요한 리스크는 기술격차에서도 온다. 최근 투자자들은 S기업 주식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매도하였고 주가가 급락하였다. 전문가들은 S기업가 지난해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국내 타 회사에 뒤처졌고 D램 부분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주된 원인으로 진단한다.
첨단기술은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제와 국가간에 힘의 균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강철과 알루미늄이 2차 세계대전의 승부를 가르고 냉전시대에는 핵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컴퓨터의 힘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세기 중반 프랑스의 고급 면직 기술 등을 보유한 위그노 교도들이 종교전쟁에 승리한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으로 이주하여 그 나라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과거 미국은 새로운 기술을 가진 이민자들과 영국, 프랑스, 독일로부터의 모방 과정을 거쳐 기술패권을 이루게 되었다. 1980년대 반도체 우위를 차지하려는 일본 기업들로부터 미국 정부와 반도체업계가 지켜낸 것과 같이 현재 미국은 중국의 IT 대기업 화웨이가 글로벌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의 근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의 기술이 사용된 고성능 컴퓨터 칩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미국과 일본간의 반도체 생산 갈등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기업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할 수 있었고 국제 공급망에서 일정 부분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기술격차에 대한 국제지형을 잘 파악하고 고급기술 인력 양성과 새로운 기회 발굴 등 미래의 혁신동력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기반을 다지는데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