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발표됐다. 세대별로 서로 다른 인상률을 적용한 게 눈에 띈다. 보험료는 13%까지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2%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20대는 16년에 걸쳐 올린다. 반면 50대는 4년 만에 인상하는 계획이다.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상태 등에 따라 연금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담았다.
청년층의 부양 부담과 제도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한 세대별 차등 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내년을 기준으로 50대는 매년 1.0%p 보험료가 오른다.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가장 오래 납부하고 늦게 받아야 하는 청년들의 상황을 고려했다. 다만 같은 연령대라도 경제 사정이 저마다 다르다. 그런 점에서 세대별 차등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50대와 60대는 부모와 자식을 함께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세대'다. 부담이 가장 클 수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자동안정장치는 노후 소득 보장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연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잘 따져봐야 한다. 물론 출산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노인빈곤율이 40%에 육박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노후보장이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도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한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역시 저임금 노동시장에 내몰린 측면이 없지 않다.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논의돼야 할 문제다.
납부 종료 시한만 늘어나는 건 의미 없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의 신뢰, 재정 안정성, 기초연금·노동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세대별로도 이해관계가 다른 데 있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는 과정에서 논쟁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소모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금 국회상황에서 원 포인트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공감했던 모수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22대 국회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거나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방법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공언했던 전면적인 연금 구조개혁을 포함하지 않은 건 아쉽다. 특히 공무원·군인 등 직역연금과 연계한 개혁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적자상태다. 사학연금도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직역연금에 투입되는 예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를 높이는 등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도 다뤄야 한다. 연금 개혁은 당연히 해야 할 과제였다. 하지만 몇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미루기만 했다. 연금 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어려워진다. 당면한 정치 선거가 없는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다. 여야가 이견을 좁혀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야 할 때다.
정부는 충분한 설명과 설득으로 국민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국회, 특히 야당의 자세가 중요하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고민해야 한다. 연금 개혁은 더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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