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2022.10.04 17:22:13

[충북일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백일(百日)은 오래된 풍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후 백일이 되는 날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는 뜻에서 특별히 그 날을 축하하는 의례를 지칭한다. 잔칫상을 차려 아기에게 새 옷을 입히고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이런 백일 풍습이 중국에서는 '백록일'(百祿日)이라는 이름으로, 만주지역에서는 '백수일', 일본에서는 '모모카백일'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방식은 다르지만 백일을 각별하게 기념한다는 의미는 같다. 그렇게 동아시아 3국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이벤트인 '백일'은 많은 함의(含意)를 담고 있다. 불완전한 지금까지의 100일을 무사히 넘겼다는 축하의 의미와 이제는 온전한 인간으로서 제구실을 하게 됐다는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100이라는 숫자에 꽤나 집착한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단체에 이르까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이 취임하고 100일이 됐거나, 기업의 경우 프로젝트를 추진한지 100일이 지나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떻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청사진을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혹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를 시정하기도 한다.

조금 있으면 지난 6·1 지방선거후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맞는다. 아마도 지금쯤 '백일상'에 선보일 정책을 다듬고 손질하느라 지방정부마다 매우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선거 이후 3개월 가까이 전국의 지방정부는 쉼없이 달려왔다. 인수위를 만들어 전임 지방정부로부터 업무인수인계를 받고 앞으로 자신들이 이끌어갈 조직을 점검하고, 선거때 제시한 공약을 손보는 등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다소 어수선한 상태에서 손발이 맞지 않고 방향성과 정체성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등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나마 단체장이 바뀌지 않은 지방정부는 연속성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수장이 바뀐 지방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지방정부의 특성을 잘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언론과 유권자도 '허니문'이라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고 지방정부가 빠른 시간내에 안착하길 기다려왔다. 바로 '백일 '이라는 풍습처럼 불완전한 현실을 인정하고 온전한 지방정부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여하튼 백일을 기점으로 지방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바야흐로 정책으로 평가받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백일전까지 좌충우돌하고 설익은 정책에도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면 이제는 그런 어설픈 접근방식으로는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백일상에 선보일 정책을 마지막으로 다듬고 손질하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방향성은 제대로 잡은 것인지, 사업추진에 필요한 예산 확보는 충분히 가능한 것인지, 우선순위를 다투는 사안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적인 전략에도 충실해야 한다. 예산수반도 어려운데 공약이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안되면 왜 안되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유권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새로운 정책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자세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더 어렵고 자칫 행정력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단체장과 참모진의 '콜라보레이션'도 중요하다. 단체장은 분명한 목표의식과 열린 마음, 그리고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조직을 이끌고, 참모진은 듣기 좋은 '용비어천가'보다는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유권자들은 어느정도까지는 기다려 주지만 '임계점'이 넘어버리면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공한 지방정부로 남느냐 실패한 지방정부로 낙인찍히느냐는 것은 온전히 지방정부의 몫이라는 점을 지방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다시한번 여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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