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의 돌풍 정치

2022.08.09 16:15:08

최종웅

소설가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충북에 올 때부터 바람을 일으켰다. 그때 까가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노영민 민주당 후보에 대항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윤석열 후보 지원을 위해 충북을 방문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충북지사 출마를 권했겠는가.

아무리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충북지사 출마의 명분이 없다고 거절하자 또다시 깊은 패배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때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난 인물이 바로 김영환 전 의원이었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를 졸업했다고 알려지긴 했어도 지역과 왕래는 잦지 않았다.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다가 느닷없이 이종배 박덕흠 엄태영 의원의 엄호를 받으면서 나타난 것도 바람이었지만 노영민을 압도하고 너끈히 당선된 것은 태풍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작 그의 바람은 취임 후 점점 거세지고 있다. 도지사 취임식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문의문화재단지에서 거행하면서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충북엔 대청호 충주호 괴산호 등 크고 작은 호수가 수백 개나 되지만 농업용수 말고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 호수를 연계해 호수 관광시대를 열겠다고 하니 상수원 보호구역 등 환경 규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느닷없는 호수 바람이 잠잠해 지기도 전에 김영환 바람은 충북도청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일제 때부터 역대 도지사들이 쓰던 집무실을 부속실로 옮겼을 뿐만 아니라 관사도 팔고 월세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낱 스쳐가는 바람쯤으로 알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바람 정치를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게 아니란 사실은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부터였다.

사실 서민들은 평생 도지사를 면담할 기회도 없을 뿐더러 직접 대화를 할 기회는 더욱 없다. 하늘의 별처럼 까마득한 도지사에게 문자를 하면 도지사가 직접 답변해주는 창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도민이 도지사와 직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그 많은 관료들이 중간에서 타성에 젖은 의견을 가미하는 일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도지사에게 문자를 해본 민원인에 의하면 내가 쓴 문자를 도지사가 본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더란 것이다.

도지사에게 온 문자의 대부분이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소관 부서에 전달해 이행상태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예산까지 지원해 줌으로써 반드시 해결되도록 노력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한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김영환 바람이 돌풍으로 변해 공직사회의 타성을 부수고 있는 현장도 있다. 바로 도청 주차장을 시민문화공원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도지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아침마다 셔틀버스로 출근하면 민원인들은 도청에 갈 때마다 주자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넉넉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느긋이 민원을 본 다음 음악회를 감상하거나 농산물직거래장터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주차장으로 변한 도청 정원은 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화의 전당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김영환 도지사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것을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은 공직사회의 타성을 깨지 않고는 진정한 서민의 시대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영환 도정이 경중완급(輕重緩急)의 기준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국민의 숨이 넘어가려고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영환 도지사의 바람도 서민의 숨이 넘어가지 않도록 구해주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 같은 일이 필요한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추진해도 늦지 않다.

도청 주차장을 대폭 줄여서 시민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취지는 좋지만 주차장법 위반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과제가 있다. 김영환 바람은 시원하지만 자칫 피해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비를 몰고 오는 태풍과도 비슷한 면이 있으니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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