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한 달이 지난 현재 민생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며 반기는 근로자들이 있는 반면, 임금이 줄어들어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근로자도 존재한다.
상인들도 매한가지다. 득을 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 한숨짓는 곳도 공존한다.
이에 본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한달 새 바꿔놓은 근로자와 상인들의 모습을 두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충북일보] 청주 시내 한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A씨(39)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A씨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제도 시행 전 A씨는 '야근을 밥 먹듯' 했다고 토로한다. 딱히 이유 있는 야근은 아니었다.
정시퇴근이라도 하려면 상사들은 눈치를 줬고, 다른 직원들은 서로의 분위기만 살폈다.
하지만 지난 7월 1일, 정확히는 7월 2일 월요일부터 사무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말 그대로 '오후 6시 땡'하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선다.
회사 차원에서 내려진 지시 덕분이다.
앞서 A씨의 회사는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초과 근무를 금지한다. 초과 근무 시에는 각 부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
A씨는 "간혹 외부 출장 일정으로 정시 퇴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정시에 퇴근한다. 상사나 부하직원 모두 마찬가지다"라며 "퇴근 후 매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됐고, 4살짜리 딸과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이유도 모르는 야근을 하느라 밤 9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이제는 진짜 야근이 필요한 날은 부서장에게 허락을 받아 몇 시간 더 일을 한다. 꼭 해야 하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생겨 이전보다 더 성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달갑지 않은 근로자들도 존재한다.
스스로를 '저임금 노동자'로 칭하는 근로자들이다.
B씨(35)는 또다른 도내 한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조업체 특성상 초과 근무가 많았고 그만큼 급여에도 도움이 됐다.
종전 60시간 이상 근무하던 A씨는 지난달 2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에 갇혀버렸다.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B씨는 "고액연봉자들은 이해 못할 수도 있지만, 단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이 곧 급여"라며 "일하는 시간이 강제적으로 줄어든만큼 급여도 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매달 어린이집에 보내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는 '생활'은 해 본 사람만이 안다"며 "이런 기본 생활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과연 주 52시간 근무제가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인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 중에 대리운전이나 야간 편의점 알바 등에 뛰어든 사람도 더러 있다. 본인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남녀 798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18.3%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시간대는 '주말과 공휴일'이 58.2%, '저녁 시간'이 37.7%였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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