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종합운동장 인근에 나붙은 현수막. 현수막에는 '그동안 충주시민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추억으로 간직하며 작별 인사드립니다'고 쓰여 있다.
[충북일보=충주] 충주험멜프로축구단이 독단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확정하면서 충주지역의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매년 수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험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아 온 충주시는 이번 험멜의 일방적인 연고지 이전에도 사실 관계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충주 험멜은 연고지 이전을 확정하고 충주지역 곳곳에 '그동안 충주시민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추억으로 간직하며 작별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 험멜은 충주시에 내년도 보조금을 올해보다 100% 인상된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충주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이것이 연고지 이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험멜은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충남 천안시로 연고지 이전을 타진했지만 천안시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험멜이 연고지 이전을 추진 중인 이유는 예전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험멜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창단 지원금으로 연 10억원 씩 3년 간 지난해까지 30억 원을, 충주시와 충주교육지원청, 충주기업도시 등 지역에서 4년 간 23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충주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5억 원이 전부다.
험멜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계 인사는 "험멜이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팀 해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충주시에 요구한 지원금 10억 원이 불발된 것이 결정타였으며 한마디로 자기 돈 쓰지 않고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충주시는 사실 관계 파악 뿐 아니라 특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충주시 관계자는 "험멜 측에서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고 그동안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서 "내년도에 지급할 5억원의 지원금도 어떻게 할 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한 축구 관계자는 "충주에 와서 단물만 쏙 빼먹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데 어이가 없다"면서 "충주지역에서 라도 험멜 용품 불매운동까지 벌여야 한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험멜 구단 측은 "철수는 확정적"이라며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전했다.
험멜은 현재 K리그 챌린지에 소속돼 있으며 올 시즌 7승 8무 25패로 리그 11개 팀 중 10위를 기록중이다.
험멜 축구단은 지난 1999년 실업축구단으로 창단한 이후 의정부, 경기 이천, 서울 노원구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충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지난 2013년 승강제 도입으로 프로 2부 리그가 출범하면서 이에 맞춰 프로팀으로 전환, 2013시즌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게 됐다.
충주/ 엄재천기자 jc0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