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삶의 양식이다 - '마흔 살에 읽는 손자병법'

고산사 장산 주지스님이 추천하는 책

2016.01.28 15:33:18

[충북일보] "세상은 전쟁터다. 늘 전쟁을 하는 사람도 있고 휴전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손자는 전쟁을 원치 않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그리고 이기지 못하는 싸움은 애초에 피하는 것이 지혜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일, 장산 스님을 만났다. 겨울이 오기 전, 잠시 소식을 들었다 한 계절이 다 지난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불교방송과 강연회로 스님은 바빴다. 스님이 들고 온 한 권의 책은 바로'마흔살에 읽는 손자병법'이었다.

장산 스님은"똑같은 가르침도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며"손자병법은 때론 비겁의 철학이며, 생존의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공존의 철학'임을 깨닫게 된다."라고 말한다.

'積善之家(적선지가)는 必有餘慶(필유여경)하고, 積不善之家(적불선지가)는 必有餘殃(필요여앙)하나니'

선문답처럼 일필휘지로 탁자 위 화선지에 <주역>의 문언전에 실려 있는 말씀을 새겨 넣는다.
스님은"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경사가 넘치고 불선(不善)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재앙이 넘칠 것"이라며"중요한 것은 습관(習慣)이다. 적(積)을 주목해 보라. 내가 가진 말과 행동은 습관적으로 반복된다. 그런 것들이 쌓여 선이 되고, 때론 악이 된다. 한 번의 생각과 행동은 쉽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자라는 것이다. 큰 재산보다 좋은 성품과 가풍을 이루면 자식에게 귀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말한다. 이어 스님은"손자병법의 원류는 강태공의'육도삼략'에서 유래된 것"이라 했다. '육도삼략'은 3천 년 전 중국의 병서다. 이 책은 중국 고대 병법서'무경칠서(武經七書)'가운데'육도(六韜)'와'삼략(三略)'으로 나뉘어 있다.

"주나라의 문왕이 위수(渭水)가에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강태공을 스승으로 모실 때 강태공은'미끼를 주어 물고기를 잡되 후한 미끼를 주면 큰 고기가 잡히며, 물고기는 크기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아무리 돈으로 사람을 모아도,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다. 먼저 마음을 얻고 그에 대한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면 기업이나 인간관계는 반석 위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을 묻자, 손자병법 책략 중 여섯 번째'허실(虛實)'을 들었다.
"오늘날 우리시대의 사람 마음을 관통한 말이다. '모든 곳을 지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답시고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어떤 것을 잡아야 이로운지 헛갈리기 때문에 둘 다 잡으려는 것이다. 결국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원하는 것을 잡고 싶으면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하나를 버려야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참언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만나면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선가오종 가운데 하나인 임제종의 개조 임제 스님이 남긴 말을 예로 들었다. 스님은"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면, 간 곳 마다 참되고 성실해 진다. 또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결국 부처란 무엇인가. 인간이 뭔가를 욕심내서 기원하는 대상의 현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리의 말씀이다. 형상을 버리면 진실이 강물처럼 흘러든다"며"욕심을 버리면 또 다른 에너지가 차오른다. 그것이 선이며, 마음에 평화를 깃들게 한다."라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장산 스님은 말한다.
"부처는 하나의 이상향(理想鄕)이다. 그것처럼 오늘 추천하는 책'손자병법'은 진리의 길로 오르는 계단의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손자병법을 통해 목적하는 욕망을 얻기보다는, 그 책을 관통하는 지혜를 얻어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는 의미다."

스님은 끝으로 말했다.

"인생사는 공(空)놀이다."

결국'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와 통하는 말이다. 그렇게 빈손으로 다녀가는 세상에서 스님이 말한'마음의 평화'야말로 한 세상 잘 살다 가는 것 아니겠는가.

/ 윤기윤기자

장산 스님

-1979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출가

-1983년 경주 불국사 중강(교수) 역임

-1986년 천일기도 이후 6회 수선안거(선원)

-1994년 법주사 교무국장

-1997년 영동 중화사 주지(5년)

-2000년 (현)대한불교조계종 와룡산 고산사 주지

-2012년 (현)중앙경찰학교 상임법사

-2013년 (현)직지불교대학 강사

-2013년 (현)조계종 포교원 신도연수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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