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아동학대, 무엇이 문제인가 - 사회적 차원의 포괄적 접근 필요

교육보다 사업적 측면 강조되는 보육 현실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기대감도 한몫
"정부·부모·교사·아동 등 상호적 접근 필요"

2015.12.08 19:39:25

[충북일보] 어린이집·유치원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현상은 교육보다 사업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보육 현실이 한몫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 목적의 교육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한 성과 중심의 과시적 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쉽게 말해 우수한 원생 배출이 꾸준한 신입생 입학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보육시설에서는 아이의 개성과 수준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 A(여·30)씨는 "예전에는 집에서 거리상 가까운 유치원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많았다면 지금은 거리와 관계없이 잘 가르치는 소문 난 유치원에 입학시키려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라며 "개개인 특성이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와 교사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도 한 가지 문제로 꼽혔다.
 
어린이집·유치원 입학을 두고 부모 간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어렵게 입학한 후에는 자녀 수준 이상의 교육 등 무리한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정복지 전문가는 "영유기 아이들의 경우 인성 교육 등이 강조돼야 하는데 학부모의 기대치에 따른 각종 조기교육 등 성과 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시설 내 아동학대 문제는 보육시설 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부모·교사·아동 간 상호관계를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유치원 등 보육시설 아동 학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보육시설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사회적 차원의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일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는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문제를 단순히 보육교사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맞벌이 부부 증가 등 가정변화 등의 사회흐름과 보육교육의 상업화, 특히 정부·지자체 보육정책 등 총제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광기 전국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지난 1990년대 정부에 의해 민간어린이집이 생겨났고 이에 따른 책임 등은 모두 민간에 떠넘겨졌다"며 "현재의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은 정부 등에서 질 낮은 보육환경을 조장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보육시설의 아동 학대가 정말 심각한 수준인지에 대한 고민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앙아동전문보호기관 '2014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1만27건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7천742건으로 전체의 77.2%를 차지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에 의한 학대는 99건(0.98%), 보육교직원 295건(2.94%),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177건(1.76%)으로 조사됐다.
 
보육계 한 관계자는 "물론 보육시설,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 학대는 사라져야 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그 문제가 정말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인지, 대안 없는 맹목적인 비난이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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