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양관(洋館)

2025.06.22 13:58:46

[충북일보] 청주시 탑동에 위치한 일신여고 교정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건물군(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 벽돌에 기와를 얹은 건물은 전문가가 아닌 문외한의 눈에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동·서양 건축양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학교에 이런 건물군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다. 이 곳이 바로 청주 양관(洋館)이다. 청주 양관은 청주지역 서양식 건물의 효시와도 같다. 기록에 의하면 청주양관은 1906년부터 1932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모두 6동이 건립됐다. 건립목적은 장로교 초대 선교사들의 주거용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양관 이름도 거주한 선교사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제1호 양관은 '소열도 기념관'이라 해서 1910~11년에 건립한 건물로 1921년 청주에 와서 18년 동안 활동한 소열도(T. S. Soltau : 蘇悅道) 목사가 거주했다. 제2호 양관은 '부례선 목사 기념 성경학교'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6개의 양관가운데 가장 늦은 1932년에 건립됐다. 제3호 양관은 '민노아 기념관'으로 불린다. 이 건물은 청주에서 초기부터 활동하며 양관을 모두 건축하는데 헌신한 충북 최초의 선교지도자 민노아(F. S. Miller : 閔老雅, 1866~1937) 선교사가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다. 제4호 양관은 '포사이드 기념관'이라고 하며 1906년에 양관 가운데 처음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제5호 양관은 '노두의 기념관'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데 원래는 성경학교로 사용하고자 지었다 하며, 제6호 양관은 '소민병원'이라 하여 진료실과 수술실, 병상 20개를 갖춘 청주 최초의 현대식 병원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렇게 청주 양관은 구한말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청주 지역 초창기 기독교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뿐만아니라 건축학적인 측면에서도 청주 양관은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립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자재들이 대거 사용됐다. 유리를 비롯해 스팀보일러, 벽난로, 수세식변기, 각종 창호 철물류 등 많은 수입자재가 쓰였다.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건물은 붉은 벽돌로 지었으며, 유리 창문을 아치식으로 치장했으나, 지붕은 전통적인 기와지붕으로 처리했다. 청주 양관은 이렇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런 청주양관과 관련해 얼마전 새로운 소식이 전해져 세간의 화제가 됐다. '탑동1호양관회복추진협의회'가 중심이 돼 1호 양관 매입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6동의 양관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개인 소유인 1호 양관을 매입하기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음악회를 마련했고, 이미 뜻있는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하고 나섰다고 한다. 추진협의회는 양관 매입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나아가 양관 전체를 오는 2030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늦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아울러 민간차원의 이러한 노력이 청주 양관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지역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단계를 넘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기관에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구도심활성화와 스토리가 있는 청주를 만드는데 충북도와 청주시 모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도청사와 당산, 양관을 연계한 일종의 테마공원 조성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이는게 문화재라고 하지 않던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작품'이 나올 수 도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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